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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능적 심폐소생술로 생명 구한 71세 전직 소방관

본능적 심폐소생술로 생명 구한 71세 전직 소방관
"다시 그런 상황이 닥쳐도 아직 녹슬지 않은 제 능력을 발휘할 겁니다. 생명은 소중하니까요."

2006년 소방관으로 퇴직해 칠순을 넘긴 노장은 귀중한 생명을 구했던 기억을 어렴풋이 떠올렸습니다.

그는 "뭐 대단한 일이라고…"라는 말과 함께 겸손함을 잃지 않으며 차근차근 말을 이었습니다.

올해 1월 8일 오전 8시가 조금 넘은 시간.

퇴직 후 소일거리를 찾으러 군산시 오식도동 건설 현장을 찾은 김응선(71)씨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업무 전 교육장에 들어섰습니다.

의자에 앉아 강사의 주의사항을 듣던 중 앞줄의 움직임이 소란스러웠습니다.

어느 한 곳에 사람이 몰렸다가 천천히 한발짝씩 물러났습니다.

김 씨가 한달음에 달려간 곳에는 60대로 보이는 환자가 바닥에 쓰러진 채 숨을 쉬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젊은 시절 소방관으로 활동하며 구조·화재 현장을 누볐던 김 씨지만 사람이 쓰러진 모습에 덜컥 겁이 났습니다.

남성의 얼굴이 점차 창백해지고 맥박도 약했습니다.

지체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주변에 119 신고를 부탁하고 남성의 기도부터 확보했습니다.

119 구급대 출동 전 10분 미만의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 되는 상황.

김 씨는 익숙하게 손을 움직여 남성의 하의 벨트와 상의 단추를 풀었습니다.

가슴 부위에 손을 대고 60회당 한 번씩 쉬어가며 모두 4차례 흉부 압박을 했습니다.

심폐소생술은 쉼 없이 해야 하지만 세월에 장사가 없었습니다.

자꾸 목이 타 주변에 물을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5시간 같은 5분이 흐르고 쓰러진 남성 입 주변에서 미량의 음식물이 나오더니 그제야 숨통이 트였습니다.

때맞춰 구급차가 도착하는 소리가 들렸고 김 씨는 서둘러 자리를 피했습니다.

군산소방서에 근무하는 '후배들'과 마주치지 않기 위해서였습니다.

환자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은 뒤 건강하게 귀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는 "퇴직한 지 10년도 넘었는데 손이 저절로 움직여 스스로 놀랐다"며 "당시 어떻게 응급처치를 했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을 만큼 상황이 급박했다"고 회상했습니다.

이어 "주변 사람이 환자를 돌보지 않길래 먼저 나섰을 뿐"이라며 "그 남성의 건강에 문제가 없다는 얘기를 듣고서야 안심했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군산소방서 소속 이소정 소방장은 "발견 즉시 환자를 바닥에 눕히고 빠르게 심폐소생술을 해 환자가 깨어날수 있었던 것 같다"며 "과거 인명구조 경험이 있는 분이라 순발력 있게 대처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뒤늦게 소식을 접한 전북소방본부는 지난 8월 신속한 응급처치로 소중한 생명을 살린 이들에게 주는 하트세이버(Heart Saver) 인증서와 배지를 김 씨에게 수여했습니다.

김 씨는 1983년 소방관으로 처음 임용돼 23년간 화재 현장과 구조·구급 현장을 누빈 베테랑입니다.
소방관 시절 김응선씨 모습 (사진=본인 제공)
소방관 시절 전북도지사상과 장관상도 받을 만큼 인명구조 최일선을 뛰었습니다.

김 씨는 젊은 날 물불 가리지 않고 현장을 누비던 기억을 떠올리며 쑥스러워하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습니다.

그는 "조금 녹이 슨 인명구조 실력이라도 어느 한 곳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면 마다하지 않을 생각"이라며 "당시와 똑같은 상황이 온다면 당황하지 않고 생명을 구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심정지 환자를 발견하는 즉시 응급처치를 해야 생존 확률이 높아진다"며 "거리나 식당 등에서 환자를 발견하면 외면하지 말고 내 가족처럼 이웃을 도와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사진=전북소방본부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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