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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나도 어떻게 놀아야 할지 모르겠어요!"…취미도 골라주는 시대

"시간 나도 어떻게 놀아야 할지 모르겠어요!"…취미도 골라주는 시대
직장인 28살 김윤경 씨는 지난달부터 한 모임 연결업체가 제공하는 취미 체험 상품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6주 동안 업체에서 짜준 6가지 취미생활을 체험하면서 자신에게 맞는 취미를 찾아보는 상품입니다.

김씨는 지금까지 이 상품을 통해 프랑스 요리 수업을 받았고, 참가자들과 수제 맥줏집을 돌아다니며 수제 맥주 체험을 했습니다.

함께 영화를 보고 감상평을 나누는 시간도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맥주 만들기와 글쓰기 등 3가지 프로그램을 더 체험하게 됩니다.

김씨는 "업무와 관계없이 나만의 취미를 갖고 싶은데 어떤 것이 재밌고 나와 맞을지 알 수 없으니 일단은 가볍게 여러 가지를 경험해 보고 싶어 이 프로그램을 이용하게 됐다"며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경험을 해보고 새로운 사람들도 만날 수 있어 만족스럽다"고 말했습니다.

주 52시간제 도입으로 여유시간이 늘어나고 '워라밸'(일·생활 균형)을 중요하게 여기는 시대가 되면서 취미생활을 누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구인·구직 포털 벼룩시장이 직장인 86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73.3%는 '즐기는 취미생활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나 여유시간이 생겨도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일명 '취알못'(취미를 알지 못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실제로 설문조사에서 '취미생활이 없다'고 답한 이들의 23.5%는 '마땅히 하고 싶은 것이 없어서'라는 이유를 댔습니다. 

이는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34.8%)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비율입니다.

업계 등에 따르면 이처럼 시간은 있는데 하고 싶은 것을 찾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취미를 골라주는 일명 '취미 큐레이팅' 서비스까지 등장했습니다.

직장인 31살 최정원 씨는 주중에 힘들게 일한 만큼 주말에는 집에서 편하게 쉬면서도 TV나 컴퓨터, 잠으로만 시간을 보내기는 싫어 지난 여름부터 취미활동 재료를 보내주는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이 서비스는 다양한 종류의 취미활동 거리를 정기적으로 고객에게 배달합니다.

홈페이지에서 간단한 성향 테스트를 하면 고객의 취미 성향을 분석해 관련 상품을 상자에 담아 보내주는 방식입니다.

프라모델(플라스틱 모델) 제작, 향수 만들기, 드로잉, 마술 세트 등 혼자 무엇인가를 만들거나 체험하는 서비스가 많습니다. 

최씨는 "뭔가를 즐기기 위해 종일 인터넷을 뒤지다가 아무것도 고르지 못하고 시간만 보내는 경우가 많았는데, 배달된 것을 받아 조립하다 보면 스트레스도 풀리고 휴식도 된다"며 "배달된 상자를 열기 전까진 정확히 어떤 상품이 들어있는지 모르는 것도 재밌다"고 말했습니다.
다양한 원데이 클래스를 추천하고 소개해주는 서비스 업체
자신이 좋아하는 관심사를 입력하고 그에 맞는 '원데이 클래스'를 추천받아 체험하는 사람도 많다.

원데이 클래스란 말 그대로 하루짜리 단기 수업입니다.

각종 스포츠부터 요리, 미술, 외국어, 컴퓨터 프로그램 등 종류도 다양합니다.

뭔가를 배우고 싶지만 정식으로 시작하려면 장비도 사야 하고, 최소 한 달 이상 등록해 정기적으로 시간을 내야 하는 등 진입장벽이 있습니다.

원데이 클래스를 이용하면 이런 부담 없이 시간이 날 때 맛보기로 다양한 활동을 즐길 수 있습니다.

20대 회사원 정 모 씨는 퇴근 후나 주말에 시간이 나면 원데이 클래스 추천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다양한 취미활동을 배웁니다. 

정씨는 "여유 시간에 새로운 것을 해보고 싶을 때 부담 없이 하루를 투자해 다양한 활동을 체험할 수 있고, 수업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어 매력적"이라며 "이렇게 만난 사람들과는 나이나 직업은 물론 이름도 안 밝히고 해당 취미로만 가벼운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는 것도 재미있다"고 말했습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취미로 즐길 수 있는 분야가 워낙 많다 보니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만족해하는지 찾기도 쉽지 않은 시대"라며 "전문가나 전문 서비스를 활용해 적극적으로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찾아가는 자아실현의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사진=업체 홈페이지 캡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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