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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해군 중령' 이국종 교수, '태평양 항해' 나서다

[취재파일] '해군 중령' 이국종 교수, '태평양 항해' 나서다

김태훈 국방전문기자 oneway@sbs.co.kr

작성 2019.12.14 10:05 수정 2019.12.19 14:17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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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해군 중령 이국종 교수, 태평양 항해 나서다
예비역 해군 수병인 아주대 권역외상센터장 이국종 교수의 해군 사랑은 유별납니다. 이 교수는 2011년 아덴만 여명 작전에서 총상 입은 석해균 선장을 살려낸 공로로 2015년 명예 해군 대위로 임명됐습니다. 이후에도 해군 의무교육에 힘쓴 점 등을 인정받아 2017년엔 명예 해군 소령으로 진급했습니다.

명예 해군 소령 시절 이국종 교수는 해군 행사마다 정복을 입고 참가해 중령 이상 상급자들에게 깍듯하게 경례하는, 각 잡힌 군기를 보여줬습니다. 그런데 이국종 교수보다 나이 어린 장교들은 이 교수한테 경례 받기가 참 곤혹스러웠습니다. 마침 해군 본부가 작년 12월 이 교수를 명예 중령으로 임명해 '경례 불편 해프닝'은 많이 줄었다는 후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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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해군 중령 이국종 교수가 먼 항해에 나섭니다. 미국 서부 시간 14일 오후, 우리 시간 내일(15일) 해군 순항훈련전단의 문무대왕함을 타고 해군사관학교 생도 등과 함께 미국 샌디에이고를 출발해 캐나다 밴쿠버, 하와이, 진해 군항에 이르는 태평양 횡단 항해를 시작합니다. 안식년 휴가 중 한 달을 해상 전상자 치료 교육과 훈련에 바치는 겁니다.

● 해군 순항훈련전단과 한달 간 태평양 횡단

지난 8월 진해 군항을 출항한 해군 순항훈련전단은 필리핀 마닐라를 시작으로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네덜란드 로테르담, 스웨덴 스톡홀름 등을 거쳐 현재는 미국 샌디에이고에 기항해 있습니다. 구축함 문무대왕함과 군수지원함 화천함으로 구성됐고 승조원은 해군사관학교 74기 생도 140명을 포함한 630명입니다. 지구 한 바퀴 반에 해당하는 5만 9천여㎞ 바닷길을 항해해 다음달 진해 군항으로 복귀합니다.
해군순항훈련 중인 문무대왕함과 화천함이국종 교수는 내일 출항을 위해 어제 순항훈련전단에 합류했습니다. 현재 안식년 휴가 중인데 한달을 뚝 떼어내 해상 실습 훈련과 교육에 나선 겁니다. 망망대해 함정에서 벌어지는 예측불가의 상황들을 직접 경험하고 함상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사고에 대한 의학적 대처 방안을 강구한다는 계획입니다. 또 해군 함정의 전상자 구조 및 치료 능력 배양과 해군 의무요원의 응급처치 임상 실무교육을 위해 해군 승조원들과 함께 응급환자 발생 상황을 가정한 훈련도 예정돼 있습니다.

이국종 교수의 항해는 이 교수의 아이디어에서 나왔습니다. 모든 답은 현장에 있고 외과 전문의 이국종 교수가 바다의 함상이라는 현장에서 답을 찾겠다는 뜻을 해군은 흔쾌히 받아들여 이 교수의 승선을 수락했습니다.
'소령 이국종'이라고 관등성명을 말하며 대통령과 악수하는 이국종 교수 ● 이국종 교수의 해군 사랑이 던진 숙제

이국종 교수는 해군 예비역 수병임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해군의 궂은 일, 홍보에는 팔 걷어부치고 나섭니다. 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이 억울하게 방산비리범으로 몰려 옥살이 할 때는 '대한민국 해군 예비역 수병 이국종' 명의로 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했습니다.

이국종 교수는 명예 소령 시절이던 2017년 11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JSA로 귀순 도중 총상을 입은 북한군 오청성을 구하는데 애쓴 JSA 장병들과 함께 청와대에 초청된 적이 있습니다. 소령 계급장 달린 해군 정복을 입고 갔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악수하며 '이국종 교수입니다'가 아니라 '소령 이.국.종.'이라고 관등성명을 댔습니다. 명예 장교라는 직위를 가벼이 여길 수도 있지만 명예 중령 임명식 때 이 교수의 얼굴은 비장하기까지 했습니다.

이국종 교수는 해군에게 참 고마운 사람입니다. 사회적으로 존경 받는 이국종 교수의 지지를 받으니 해군의 신뢰도는 덩달아 올라갑니다. 이국종 교수의 해군 사랑은 이 교수가 군 복무를 하며 해군에 대한 좋은 추억과 건강한 인상, 끈끈한 전우애를 갖게 된 데서 비롯됐을 터. 해군에게 이 교수가 복이라면, 이 교수에게 해군은 자랑입니다.

국민들의 신뢰와 사랑을 많이 잃은 우리 군이 곱씹어야 할 대목입니다. 육해공군과 해병대가 장병들에게 좋은 추억, 건강한 인상, 끈끈한 전우애를 심어준다면 모군을 자랑으로 여기는 제 2, 제 3의 명예 해군 중령 이국종의 탄생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 회복도 기대해볼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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