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스프린터' 손흥민, 5분에 한 번 '폭풍 질주'하는 비밀

이정찬 기자 jaycee@sbs.co.kr

작성 2019.12.13 09:42 수정 2019.12.16 15:24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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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스프린터 손흥민, 5분에 한 번 폭풍 질주하는 비밀
'별명부자' 손흥민은 요즘 다시 '슈퍼 소닉(SUPER SONIC)'으로 불립니다. 뜻은 '초음속', 게임 캐릭터로 유명하죠. 토트넘은 번리전 골 장면으로 '슈퍼 소닉 2.0'이란 패러디 영상도 제작했습니다. 지난 시즌, 첼시전에서 선보인 50m 드리블에 이은 득점이 1탄, 이번이 2탄으로 또 한 번 손흥민의 스피드를 치켜세운 겁니다.
(▶ 세계적 화제 낳은 '손흥민 원더골'…게임 버전까지 등장)

자, 여기서 삐딱한 태클 하나!

"손흥민이 빠르긴 하지만...손흥민보다 빠른 선수는 많잖아!"

맞습니다. 손흥민이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기록한 최고 속도는 6라운드, 레스터시티전에서 낸 34.17km/h입니다. 이 부문 리그 73위입니다. 세상에 빠른 선수가 이렇게 많습니다.

1등은 '돌풍의 팀' 레스터시티의 중앙 수비수, 찰라르 쇠윈쥐. 37.55km/h를 찍었습니다. 고양이만큼 빠른 우사인 볼트의 최고 속도(44km/h)에 이르지는 못하지만 다람쥐(19.31km/h)보다 두 배 가까이 날렵한 속도입니다. 맨시티의 필 포든(37.12km/h)과 카일 워커(36.94km/h)가 그 뒤를 잇습니다.
2019~2020 프리미어리그 최고 속도 순위좋은 태클, 뼈아픈 지적이지만 '탈압박' 한 번 해보죠.

"축구는 90분 경기야! 최고 속도로 얼마나 많이 달렸냐가 중요하지!"

손흥민이 가장 빠른 선수는 아니지만 '최고의 스프린터'로 불릴 수 있는 근거가 있습니다. 스프린트, 전력질주 횟수입니다. 영국의 축구 데이터 분석 회사 옵타(OPTA)는 25.2km/h를 전력질주 기준으로 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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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문에선 손흥민이 리그 5위입니다. 이번 시즌 225번이나 온 힘을 다해 달렸는데요, 한 경기에 16번 넘게 폭풍 질주를 한 셈입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체력왕' 다니엘 제임스가 16라운드까지 273회로 선두입니다.
2019~2020 프리미어리그 스프린트 횟수출전 시간에 맞춰 빈도를 계산하면 손흥민은 3위로 올라갑니다. 327초, 5분 반마다 한 번씩 속도를 높인 건데, 손흥민보다 더 자주 스프린트 한 선수는 제임스와 리스 무세(셰필드) 뿐입니다.
2019~2020 프리미어리그 스프린트 빈도(12경기 이상 출전 기준)무리뉴 감독과 손흥민 선수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무리뉴 체제' 변화…리그 최고 스프린터 도약 눈앞

최근 추세라면, 앞선 두 명도 제치고 진정한 '최강 스프린터'로 등극할 수 있습니다. 포체티노 감독 시절 10경기에서 평균 15회 정도 스프린트를 기록한 손흥민은 무리뉴 체제에선 이 수치가 22회로 크게 늘었습니다. 38% 정도 증가한 겁니다. 특히 번리전에선 시즌 최다인 27회를 기록했는데, 3분에 한 번꼴로 달린 겁니다.

차근차근 공격을 전개하기 보단 빠른 역습을 선호하는 무리뉴 감독 때문입니다. 번리전 환상골도 역습 상황이었죠. 발이 빠른 손흥민은 '무리뉴 스타일'의 핵심입니다. OPTA에 따르면 손흥민은 이번 시즌 역습 상황에서 총 7차례 슈팅을 기록했는데, 여기서 절반이 넘는 4번이 최근 4경기, 무리뉴 체제에서 나왔습니다.
손흥민 선수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늘어난 수비 부담…관건은 역시 체력!

관건은 역시 체력입니다. 더 깊숙한 지역까지 수비를 하기 위해 물러서야 하고, 그만큼 상대 골대는 멀어집니다. 손흥민 역시 잘 알고 있습니다.

"저는 활동량이 많은 선수가 아니라 스프린트를 더 많이 하는 선수입니다. 체력 관리는 제 몫입니다. 잘 쉬고 잘 먹고 최상의 컨디션을 회복하는 게 제 임무입니다."


실제로 무리뉴 감독 부임 후 손흥민의 활동량(9.65km->9.58km)은 살짝 줄었습니다. 팀내 6위입니다. 물론 이런 차이로 쌓이는 피로를 막을 수는 없습니다. 토트넘 스포츠 사이언스팀은 과학적인 방법으로 손흥민의 회복을 돕고 있습니다.

먼저 주기화 훈련입니다. 활동량을 조절합니다. 경기 익일엔 철저히 쉬고, 이틀 뒤 훈련에선 2~3km, 사흘째엔 3~4km로 정점을 찍고, 다음 날엔 다시 완전히 쉬는 방식의 루틴을 따르는 겁니다.

토트넘이 이미 순위를 확정한 상태에서 챔피언스리그 뮌헨과 마지막 경기에 후반 20분, 손흥민을 투입한 이유를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마냥 쉬기보단 2~3km 정도를 뛰도록 하며 다음 경기 일정에 몸 상태를 맞추도록 한 겁니다. 무리뉴 감독은 "손흥민이 골을 넣어 3대1이 아니라 3대2로 지는 게 낫다. 뮌헨전은 또 다른 이유로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먹는 것과 자는 시간도 꼼꼼히 챙깁니다. 손흥민은 근육 회복을 위해 의도적으로 많이 잡니다. 하루 10시간 넘게 자기도 합니다. 지나친 수면은 피로 회복을 방해하기도 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손흥민 선수처럼 깨어 있는 시간 열량 소모가 많다면 8시간이 넘는 수면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 [취재파일] 아시안컵 우승 향해 다시 뛰는 손흥민 "눈물은 없다")

러시아 월드컵 기간 대표팀에서 체력 관리를 담당했던 이재홍 FC서울 코치는 "손흥민이 단지 체력이 좋아서 잘 다치지 않는 게 아니다"고 강조합니다. 이 코치는 "손흥민은 근육 자체가 다른 선수들과 다르다"면서 "과학적인 관리의 결과물"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스프린트 수가 늘었기 때문에 좀 더 면밀히 신경 쓸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지금 상승세에 부상만 피한다면 이번 시즌은 손흥민의 역대 최고 시즌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료제공 : OP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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