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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연금개편 저지 총파업…최대 위기 맞은 마크롱

프랑스 연금개편 저지 총파업…최대 위기 맞은 마크롱
프랑스의 연금개편 저지 총파업 국면이 점점 더 '강 대 강' 대치로 비화하고 있습니다.

일주일간 이어진 총파업이 프랑스 전역의 철도교통과 파리 대중교통을 사실상 마비시킨 가운데, 프랑스 정부는 '더 오래 일하게 하겠다'는 연금개편의 큰 틀을 그대로 가져가기로 했습니다.

25년 만에 가장 강력한 총파업에 직면한 프랑스에서 마크롱 대통령이 정면돌파 카드를 꺼내 들면서 집권 후 최대 위기가 전개될지 주목됩니다.

총파업 일주일을 맞은 어제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는 대국민 담화를 통해 직종·직능별로 42개에 달하는 퇴직연금 체제를 포인트제를 기반으로 한 단일 국가연금 체제로 개편하는 기존 계획의 틀을 그대로 가져가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새 체계를 1975년 이후 출생자들에게만 적용하고, 고소득자에게 기여금을 더 많이 내도록 하는 등의 양보책을 제시하기는 했지만, 현 수준의 연금을 수급하려면 더 오랜 기간 일해야 한다는 틀은 그대로 둔 것입니다.

연금개편은 마크롱 대통령의 대선 공약입니다.

공무원과 예술가, 사기업 종사자, 교원 등 직종·직능별로 42개에 달하는 연금체계를 단일 연금으로 전환하고, 수급액 산정 시 최고급여 기간의 평균을 내는 방식 대신 포인트제를 도입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입니다.

개편 방향은 '연금을 제대로 받으려면 더 많이 더 오래 일하거나, 아니면 더 적은 연금급여를 감수하라' 정도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 연금개편에 실패하면 2025년까지 연기금 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0.7%인 170억 유로(22조 5천억 원 상당)까지 불어날 것이라고 프랑스 정부는 예상합니다.

또 단일연금 체제 도입으로 직업 간 이동성과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여 경제구조에 활력을 준다는 구상입니다.

노동계와 시민사회는 "더 일하게 하고 연금은 덜 주겠다는 것"이라면서 지난 5일 총파업에 돌입했고, 일주일째 이어진 파업은 이미 프랑스, 특히 수도권 파리와 일드프랑스 지역의 교통망을 사실상 마비시켰습니다.

현재 전체 열차 노선의 80%가량이 취소됐고, 수도 파리는 버스·지하철·트램 등의 운행을 담당하는 대중교통공사(RATP)의 파업으로 대중교통이 실질적으로 모두 멈춰 섰습니다.

각급 학교도 교사 파업과 교통마비를 이유로 휴교하는 곳이 많고, 직장인의 상당수가 연차를 내거나 재택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아이를 맡길 곳이 없는 직장인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아이를 데리고 출근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파리 시내에는 공유 자전거·스쿠터 이용자가 급증했고, 차량공유 서비스인 우버는 수요가 크게 늘어 파리 시내 가격이 평소보다 2∼3배 이상 뛰었습니다.

정유 노조까지 파업에 가세해 석유 공급망에도 차질이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이번 파업은 1995년 총파업 이후 프랑스에서 25년 만에 가장 강력한 파업으로 평가됩니다.

1995년 파업의 이유도 연금개편이었습니다.

당시 자크 시라크 대통령 재임 시 알랭 쥐페 총리의 중도우파 내각은 연금개편안을 만들어 밀어붙였지만, 3주간 이어진 대대적인 총파업을 이기지 못하고 계획을 철회했고, 이후 시라크 정권은 심각한 레임덕에 빠졌습니다.

2003년, 2010년에도 프랑스 정부가 대대적인 연금개편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노동계의 대규모 저항에 직면해 흐지부지됐습니다.

사르코지 대통령 재임 때인 2010년에도 은퇴 연령을 60세에서 62세로 올리는 법안을 겨우 통과시킨 것이 유일한 성과였습니다.

프랑스여론연구소(Ifop)가 지난 8일 공개한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53%가 연금개편 반대 파업에 공감한다고 답했습니다.

이번 총파업은 마크롱 대통령에게는 집권 후 최대 위기입니다.

그는 취임 첫해 노동시장 유연화 방안을 주요 노조의 강한 반발 속에 밀어붙였고 '노란 조끼' 시위 국면에서는 유류세 인상 철회와 최저임금 인상 등의 '당근' 제시와 대국민 토론 등의 방식으로 위기를 돌파했지만, 이번에는 예전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칸타소프르-원포인트가 총파업 시작 전날인 지난 4일 내놓은 여론조사 결과에서 마크롱을 신뢰한다는 응답률은 27%로, 한 달 전보다 3%포인트 떨어졌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연금개편을 필리프 총리에게 일임하고서는 침묵 속에 사태를 주시하고 있습니다.

마크롱은 의회 내의 여당(중도)뿐 아니라 공화당 등 우파진영으로부터 연금개편 문제에서 강력한 지지를 받는 상황에서 개편안의 의회 통과는 무난하다고 보고, 시간이 지나면서 파업에 대한 여론의 피로감이 커질 것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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