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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걷는 길은 늘 '최초'…금녀의 벽 허문 '마에스트라' 김은선

미국 샌프란시스코오페라(SFO)의 음악감독을 맡게 된 지휘자 김은선 (사진=김은선 씨 측 제공, 연합뉴스)
미국 샌프란시스코오페라단(SFO) 음악감독에 5일(현지시간) 선임된 김은선(39)은 늘 '최초'라는 수식어를 붙이고 다녔던 여성 지휘자입니다.

김은선은 2010년 마드리드에 위치한 왕립오페라극장(Teatro Real)에서 로시니의 희극 오페라 '랑스로 가는 여행(Il Viaggio A Reims)'을 지휘했습니다.

1858년 이사벨 여왕 2세 때 창립한 스페인을 대표하는 유서 깊은 이 극장에서 여성이 지휘봉을 잡은 건 김 씨가 처음이었습니다.

연세대 작곡과를 거쳐 2003년 동 대학원 지휘과로 진학, 최승한 교수를 사사한 그는 독일 슈투트가르트 음대에 재학 중이던 2008년 5월 스페인에서 열린 '헤수스 로페즈 코보스 국제오페라지휘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국제무대에 이름을 알린 지 2년 만에 '금녀의 벽'을 허물었습니다.

김은선은 2011년 세계 최고 지휘자 중 한 명인 키릴 페트렌코 현 베를린 필하모닉 상임 지휘자 밑에서 보조지휘자로 활동했습니다.
(사진=샌프란시스코오페라 홈페이지 제공)
당시 그는 푸치니의 '라 보엠'을 프랑스 리용에서 선보여 큰 박수를 받았고, 다니엘 바렌보임 등 거장 지휘자들과 인연도 이어갔습니다.

지난 2013년엔 또 한 번 '최초'를 기록했습니다.

한국인 최초로 영국 국립오페라단(ENO) 무대에 데뷔한 것입니다.

그는 당시 11차례에 걸쳐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오페레타 '박쥐' 공연에서 지휘하며 세계무대에서 또 한차례 자신의 '인장'을 찍었습니다.

유럽을 중심으로 활동하던 그는 2017년 미국 휴스턴 그랜드 오페라에서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를 지휘하면서 미국 무대에 데뷔했습니다.

그는 미국 진출 2년 만에 샌프란시스코 오페라단의 음악감독에 선임됐습니다.

역시 여성으로 미국 메이저급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건 최초로, 뉴욕타임스는 '김은선은 역사를 만들어 가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지난 10월 워싱턴 내셔널오페라 무대에서 모차르트의 '마술피리'를 선보인 그는 다음 시즌에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기념해 오페라 '피델리오'를 지휘할 예정입니다.

이어 로스앤젤레스 오페라, 시카고 오페라 무대에 설 예정이며 2021년 시즌에는 세계 최정상 무대 중 하나인 뉴욕 메트로폴리탄에서 '라 보엠'을 지휘할 계획입니다.

김은선은 SFO를 통해 "샌프란시스코 오페라 첫 무대에 섰을 때 고향에 있는 것 같은 편안함을 느꼈다"며 "컴퍼니의 아주 다양한 측면에서 열려 있는 협업, 진정한 프로페셔널의 연금술과 같은 신기한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 샌프란시스코 가족이 될 수 있고, 이 놀라운 유산을 계속 이어갈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습니다.

각종 '최초' 기록을 써 가고 있는 김은선. 그는 최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희 할머니가 1912년생이세요. 한때 할머니를 부를 때 '여의사'라는 말이 따라다녔지요. 하지만 생존해 계실 때, '여의사'를 '의사'라고 부르는 상황을 보게 되셨죠. 제가 최초의 여성 음악 감독이 된 것은 기뻐요. 하지만 다음 세대에는 그냥 '지휘자'로 불리길 기대합니다"

(사진=김은선 씨 측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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