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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만약, 만약 계산된 도발이라면…" 충성심 넘쳐나는 최선희

[취재파일] "만약, 만약 계산된 도발이라면…" 충성심 넘쳐나는 최선희
북한이 협상시한으로 제시한 연말을 앞두고 북미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북한은 이달 하순 당 중앙위 전원회의를 소집해 중대 결정을 할 뜻을 밝혔고, 미국도 북한에 대한 군사옵션이 철회된 적이 없다는 등 북한에 대한 압박을 높여가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미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시사하자, 북한이 발끈하고 나섰다. 첫 번째 주자로 나선 박정천 총참모장이 "미국이 무력을 사용한다면 신속한 상응 행동을 할 것이며 미국에 매우 끔찍한 일이 될 것"이라고 밝힌데 이어, 두 번째 주자로 나선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트럼프를 비하하는 표현인 "늙다리"를 다시 거론하면서 "미국에 대한 맞대응 폭언"을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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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선희 담화의 목적은 김정은에 대한 충성심 표현?

그런데, 최선희의 담화에서 눈여겨 볼만한 대목이 있다. 최선희는 트럼프의 무력사용 시사 발언을 비난하면서도 "더욱더 기분 나쁜 것은 공화국의 최고존엄에 대해 정중성을 잃고 감히 비유법을 망탕 쓴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서 최고존엄은 김정은 위원장을 가리키는 것이고, 비유법은 트럼프 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로켓맨'이라고 부른 것을 지칭한다.

최선희는 "만약, 만약 그러한 표현들이 다시 등장하여 우리(북한)에 대한 미국의 계산된 도발이었다는 것이 재확인될 경우 우리(북한) 역시 미국에 대한 맞대응 폭언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의도적으로 또다시 대결 분위기를 증폭시키는 발언과 표현을 쓴다면 정말로 늙다리의 망령이 다시 시작된 것으로 진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
'만약'이라는 표현을 두 번씩이나 사용한 것이 특이한데, 최선희의 담화에서는 트럼프의 무력사용 시사 발언보다 트럼프가 김정은을 로켓맨으로 비유한 데 대한 불만이 더 묻어나는 듯하다. 감히 북한의 최고존엄을 모독한 만큼 도저히 가만있을 수 없다는 김정은에 대한 충성심을 표현하려는 의도가 더 강해 보인다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보면, 이번 최선희의 담화는 미국을 향한 메시지임과 동시에 김정은에게 충성심을 표현하려는 대내 메시지의 측면도 가지고 있는 듯하다.

● 최고지도자에 대한 과잉충성이 안위를 보장받는 방법

북한 관료들이 최고지도자에게 과잉 충성을 하려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자칫 잘못하면 나락으로 떨어지는 북한 체제에서 자신의 안전을 보장하는 최고의 방법은 최고지도자에 대한 절대 충성을 다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고지도자에 대한 절대 충성 맹세는 대외관계에서는 강경책을 지지하는 쪽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조금이라도 최고지도자의 권위를 흔드는 움직임이 있을 경우 일단 비난부터 하고 보는 것이 보신주의에는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미 협상에서 어설픈 타협 시도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북한 관료들은 얼마 전 몸소 체험한 적이 있다. 하노이에서의 결렬 이후 협상을 주도하던 통일전선부 관료들이 모두 된서리를 맞았기 때문이다. 김영철은 당 중앙위 부위원장직을 유지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예전 같은 위상이 아니고, 대미특별대표라는 직함으로 협상에 나섰던 김혁철이나 김성혜 통일전선부 실장 등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

● 최선희의 보신주의 작용하나

하노이 이후 협상의 주도권을 넘겨받은 외무성도 북미 협상에 대한 고민이 클 것이다. 누가 봐도 북한이 승리한 협상을 한다면 좋겠지만 하노이에서처럼 어설픈 타협을 하려다 협상이 잘 안될 경우 안위를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애매하고 불안한 타협을 시도하느니 대미 강경책을 주장해 협상을 결렬시키는 것이 보신주의라는 측면에서는 적절한 선택일 수 있다.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하노이 결렬을 계기로 북한 외교의 사령탑으로 우뚝 선 최선희.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충성심이 철철 넘쳐나는 담화를 내놓은 것을 보면, 연말이 될수록 강경해지고 있는 북한의 입장에 최선희의 보신주의가 한몫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곱씹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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