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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타 탐사기자 살해 배후는 기업인…2억 주며 죽여달라 부탁"

지중해 섬나라 몰타를 뒤흔든 탐사기자 살해 사건의 배후는 현지 최대 거부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유력 기업가라는 법정 증언이 나왔습니다.

이 사건의 중간 실행책으로 지목돼 지난달 초 경찰에 체포된 멜빈 테우마는 그제(4일) 수도 발레타의 법정에 출석해 기업가 요르겐 페네치(38)가 사건의 배후 인물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테우마의 증언에 따르면 페네치는 2017년 중반 청부살인업자를 물색해 다프네 카루아나 갈리치아 기자를 살해해달라고 주문하며 실행 자금으로 봉투에 담긴 15만 유로(2억 원)를 건넸습니다.

갈리치아 살해 계획은 같은 해 6월 총선에서 조지프 무스카트 총리가 이끄는 노동당이 승리한 뒤 본격화됐습니다.

정권 핵심부의 여러 부정부패 의혹을 폭로해오던 갈리치아는 그해 10월 자택 인근에서 차를 운전하다 폭발물이 터져 목숨을 잃었습니다.

갈리치아의 차량에 폭발물을 설치하고 이를 터뜨린 일행 3명은 경찰에 붙잡혔고,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테우마는 사건의 내막을 증언하면서 재판부를 향해 "페네치가 이 사건의 유일한 배후"라고 강조했습니다.

페네치는 지난달 20일 호화 요트를 타고 몰타 해역을 벗어나려다 해상에서 체포됐으며, 최근 갈리치아 살해 공모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현 정권 핵심 인사와 관련한 흥미로운 증언도 나왔습니다.

테우마는 페네치로부터 갈리치아 살해 청탁을 받은 뒤 정부청사로 불려 가 무스카트 총리의 당시 비서실장이던 케이스 스켐브리를 만났다고 했습니다.

이는 페네치와 유착 관계인 것으로 의심받는 스켐브리도 사건의 배후일 가능성을 암시하는 유력한 정황으로 해석됐으나, 테우마는 스켐브리가 관련이 있다는 증거는 없다고 법정에서 밝혔습니다.

앞서 페네치는 경찰에 체포된 뒤 스켐브리가 사건을 배후조종했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경찰은 이후 스켐브리 역시 며칠 뒤 체포했다가 증거 부족을 이유로 풀어줬습니다.

체포된 당일 총리 비서실장 자리에서 자진해서 사퇴한 그는 현재도 갈리치아 피살 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갈리치아는 죽기 8개월 전 페네치가 두바이에 설립한 '17 블랙'이라는 정체불명의 회사를 통해 정계 고위 인사들에게 뒷돈을 건넸다는 의혹을 폭로한 바 있습니다.

이 회사가 스켐브리가 설립한 개인 회사에 자금을 댔다는 의혹도 제기했습니다.

스켐브리를 의혹선상에서 배제한 테우마의 법정 증언에 대해 로이터 통신은 테우마가 현 정권의 '이너서클'을 보호하려 한다는 새로운 의심이 일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무스카트 총리는 자신의 '오른팔'로 불리는 스켐브리를 비롯해 내각 핵심 인사들이 줄줄이 수사 선상에 오르며 거센 사퇴 압력을 받게 되자 내년 1월 집권 노동당의 새 대표가 선출되면 스스로 물러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한편, 기업가인 페네치는 재판에서 갈리치아가 살해된 뒤 스켐브리가 지속적으로 자신에게 경찰 수사 정보를 제공했다고 폭로했습니다.

페네치는 "스켐브리가 사건 발생 후 수사 관련 정보를 줬으며, 심지어 (갈리치아 차량에 폭발물을 설치한) 일당 3명이 체포된 날에도 그랬다"고 밝혔습니다.

또 스켐브리가 자신의 휴대전화가 도청되고 있다는 사실도 귀띔했다고 증언했습니다.

페네치의 이러한 증언은 스켐브리가 이번 사건에 깊이 연루돼 있다는 주장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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