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잇] 강화유리 깨진 '테슬라 트럭'을 응원하는 이유

김지석│그린피스 서울사무소 기후에너지 스페셜리스트

SBS 뉴스

작성 2019.12.04 11:00 수정 2019.12.04 17:55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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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디자인 실화임?

전기차를 히트시켜 자동차 산업에 새 바람을 불러온 테슬라가 사이버 트럭이라는 새로운 전기차 모델을 발표했다. 6명이 탑승 가능하고 뒷부분에 화물칸이 있는 전기 픽업트럭으로, '아주 아주' 각진 디자인을 하고 있다. 테슬라 최고경영자인 일론 머스크는 지금까지는 없던 특이한 디자인이라고 여러 번 말했는데, 실제로 디자인이 정말 특이하다.

사이버 트럭이 무대 위로 올라오자 사람들은 설마 하는 표정을 지었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픽업트럭과 비교해 너무나도 다른 모양이었기 때문이다. 미래 세계를 다룬 영화에 등장하면 어울릴 모습이었고 실제로 저런 차가 도로에 돌아다니는 모습은 상상이 되지 않았다. 반응은 극과 극으로 갈렸고 친환경적인 모습의 트럭을 기대했던 나도 상당히 당황했다.

● 친환경은 맞나?

사이버 트럭의 엄청나게 특이한 모양과 동시에 발표회 시연 중에 강화 유리로 만든 유리창이 깨진 것이 큰 화제가 되었다. 상당히 민망한 상황이었고 그래서 더 화제가 되었다. 하지만 나는 저 각지게 생긴 쇳덩어리가 기존 픽업트럭 보다 친환경적일지 궁금했다.

테슬라는 석유를 대량으로 소비하는 픽업 트럭을 전기 트럭으로 바꿔야 지속 가능한 세상이 올 수 있다는 동영상 메시지로 행사를 시작했다. 테슬라가 한 말은 사실일까?

미국에서 1년에 100만 대 이상 팔리는 포드사의 F-150 픽업트럭의 경우 연비가 8.1~8.3km/ℓ수준이다. 일 년에 2만km를 주행하면 약 2500ℓ의 휘발유를 사용하고 약 6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달리 말하면 기존 픽업트럭은 석유 회사 매출 증대에는 아주 크게 기여하고 지구 환경과 인류 생존에는 어마어마한 부담을 준다.

그럼 테슬라의 전기 픽업트럭은 어떤가? 이번에 발표된 전기 트럭의 연비와 효율성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대신 테슬라 사이버 트럭보다 약간 일찍 발표된 리비안의 전기 픽업트럭의 에너지 효율을 기준으로 비교해 볼 때 전기 픽업트럭은 2만km를 주행하는데 약 5500kWh의 전기를 사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의 친환경성은 전기를 어떻게 생산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미국에서는 태양광, 풍력 발전설비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전기를 생산할 때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2018년에는 1kWh의 전기를 만들 때 423g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수준까지 낮아졌다. 따라서 전기 픽업트럭을 운행한다면 연간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2톤 수준이다. 일반 트럭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현재 미국에서 태양광, 풍력으로 만든 전기의 비중이 계속 늘고 있어 전기차나 전기 트럭 사용으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매년 줄고 있다. 이 추세라면 2030년이면 전기 트럭 사용으로 발생하는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0.5톤 이하로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휘발유차나 경유차는 경유차는 아무리 연비 운전을 해도 1년에 3-4톤 이상을 배출한다. 

● 때로는 큰 것이 아름답다

친환경성을 얘기할 때 자주 등장하는 말은 바로 '작은 것이 아름답다'다. 작아야 자원을 덜 쓰기 때문이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사이버 트럭의 거대한 크기는 친환경성에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테슬라가 전기 트럭의 화물칸 덮개에 태양광 발전기를 내장해 자가 충전을 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걸 설치해서 햇빛 좋은 곳에서 주차해 두면 하루에 약 40Km를 갈 수 있는 전기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전기 자동차에 태양광 패널을 붙이는 건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붕 크기가 작아 태양광을 설치할 공간이 좁고, 어렵게 설치해도 발전량이 미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이버 트럭은 스타렉스나 포터 이상으로 커서 상당한 크기의 태양광 발전기를 장착할 수 있다. 사이버 트럭의 거대한 크기로 인해 태양광을 이용한 전기차 자가 충전이라는 꿈의 친환경 기술이 일정부분 구현되는 것이다. 차가 커지면서 더 친환경적으로이 되다니, 상당히 아이러니하다.

● 전기 트럭의 시대를 위해

사이버 트럭이 공개된 지 일주일 만에 예약자가 25만 명을 넘었다. 이 희한하게 생긴 전기 트럭이 일반 픽업 트럭 30만 대를 대체 한다면, 연간 7.5억 ℓ의 휘발유 사용을 줄일 수 있다. 앞으로 10년간 매년 30만 대씩 팔린다면 그 영향은 더 커질 것이다.

사람들은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서 일회용품을 사용을 억제하고 가정에서 전기를 아껴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실천은 일부 도움이 되지만 효과가 너무 작다. 기후 비상사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픽업트럭 같이 석유를 대량으로 소비하고 온실가스를 대량으로 뿜어내는 물건들을 서둘러 친환경적으로 바꿔 나가야 한다.

그래서 나는 저 투박하게 생긴 쇳덩이의 성공을 응원한다.

때로는 큰 것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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