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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 비정규직 사망…"한 달간 하루도 못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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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지난달 30일 오전 한국GM 부평공장에 출근한 47살 A 씨가 갑자기 가슴 통증을 호소했습니다.

A 씨는 휴식 도중 쓰러졌고 동료가 이를 발견해 병원으로 옮겼지만 결국 숨졌습니다.

어제(2일) 이뤄진 A 씨 1차 부검 소견은 급성 심근경색.

하청업체 소속으로 2006년부터 GM 부평공장 도장부에서 일해 온 A 씨는 올해 초부터 순환 무급 휴직 대상자로 분류돼 한 달은 일하고 한 달은 일 없이 지내야 했습니다.

유족은 A 씨가 지난달에는 숨진 날까지 한 달가량을 단 하루도 쉬지 못하고 일했다고 말합니다.

[유족 : 회사 사정 때문에 경제적으로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고 잔업까지 10시간 하면 또 퇴근해서 집에 오면은 12시고. 그렇게 한 달을 생활했다고 하더라고요.]

유족은 불안정한 비정규직 신분이었던 A 씨가 평소에도 해고될까 불안해했고 최근 불규칙한 근무 시간까지 스트레스로 작용해 결국 목숨까지 잃게 됐다고 주장했습니다.

노조 측은 A 씨가 고용 불안과 열악한 근무 환경으로 숨졌다며 대책위를 꾸려 책임 규명과 진상 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GM은 아직은 사고원인을 얘기할 단계가 아니라며 수사기관의 조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한국GM은 경영 사정이 나빠지면서 지난해 전북 군산 공장이 문을 닫았고 구조조정을 계속해 왔습니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정규직보다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희생양이 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 최근 5년 동안 GM의 정규직과 비정규직 숫자를 보면 비정규직 노동자가 훨씬 더 많이 줄어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지난주에는 창원 공장의 비정규직 노동자 560명이 일방적으로 해고를 통지받기도 했습니다. 걱정했던 일이 현실이 되고 있지만, 뾰족한 대책은 없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어서 노동규 기자입니다. 

<기자>

한국GM 부평공장은 내년에 차량 증산 계획에 따라 1교대 근무를 2교대로 전환할 예정입니다.

늘어날 자리에는 지난해 군산 공장 폐쇄로 유급휴직에 들어갔던 정규직 300여 명이 우선 투입됩니다.

무급 상태로 순환휴직에 들어간 하청업체 직원들 입장에서는 일감이 늘어날 거라는 막연한 기대뿐 보장된 게 없습니다.

A 씨의 안타까운 죽음도 이런 고용 불안에서 비롯된 거라는 게 GM 하청업체 노조의 주장입니다.

[박현상/금속노조 한국GM 비정규직지회 : 힘들고 유해한 작업을 오랫동안 해왔고, '무급순환휴직을 끝내고 다시 일할 수 있을까' 하는 부분에서도 상당히 스트레스를 받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한국GM 사측은 정규직을 우선 배치하는 것은 군산 공장을 폐쇄할 당시 사회와 한 약속이며 하청 노동자들의 근로 조건은 회사와 무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대신 판매량 감소와 적자 누적에도 정규직 휴직자를 조기 복직시킨 점을 강조합니다.

특히 경차를 주로 만들던 창원 공장은 실적 부진 속에 가동률이 50% 아래로 떨어지며 1교대 근무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이 때문에 7개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 560명은 지난주 해고 예정 통지서를 받아야 했습니다.

이미 법원과 정부로부터 불법파견 상태임을 인정받아 한국GM이 직접 고용해야 하지만, 경영 위기와 법적 판단에 대한 이견을 내세워 받아들이지 않은 겁니다.

GM 사태 직후부터 직원들의 고용 안정에 대한 사회적 우려와 대책이 이어졌지만, 정작 대량해고가 예견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안전망 확보에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SBS 비디오머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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