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팬은 바로 나다!" 최준용의 조금은 특별한 팬서비스

프로농구 SK 최준용 인터뷰 ② - 팬서비스, SK 동료들 그리고 故 정재홍 선수

김형열 기자 henry13@sbs.co.kr

작성 2019.11.29 10:50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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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휴식기에 만난 최준용은 팬들에 대해, 동료들에 대해 숨김없이 속내를 털어놨습니다. 마음을 따뜻하게 만드는 미담부터 다른 팀 동료에 대한 저격까지 다양한 주제를 거침없이 오갔습니다. 특히 팬 서비스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는 어느 때보다 힘을 줘서 강조했습니다.
최준용 장애인팬과 사진최준용은 2년 전 경기장을 찾은 중증장애인 이 OO씨에게 응원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전하며, 함께 사진을 찍고 당일 착용했던 농구화까지 선물한 사실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알려져 작은 감동을 전한 적이 있습니다. 그렇게 맺은 팬과의 인연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최준용) 제가 신발을 선물했던 그분은 날씨가 춥든 덥든, 연습 경기도 보러 오시고 지금도 한 번도 빠짐없이 홈경기에 오세요. 휠체어를 끌고 항상 오시는데 진짜 진짜 힘이 돼요. 제가 막 아프고 힘들 때도 항상 저희 벤치 반대편 뒤쪽에 앉아 계시는 그분을 보고 있으면 제 몸이 아프던 것도 아프지 않고 뭔가 더 힘이 나요. 그분의 대리 만족을 해줘야 한다는 생각도 들 때도 있고, 그런 분이 있어서 제가 힘이 나고 동기 부여가 크게 되죠. 이제는 항상 경기 끝나면 제가 (그분을) 찾아가죠. 항상 버스 옆에 기다리고 계시거든요. 그래서 항상 그분을 먼저 찾아가서 인사드리곤 해요. 그분 말고도 SK에 팬 분들이 진짜 많은데, 유독 저희 벤치 뒤에 항상 앉는 아기도 있어요. 아기가 매일 와요. 어웨이(원정 경기)든 홈경기든 어머님 아버님이랑 항상 같이 오는데, 맨날 제 유니폼 입고 '뽀로로 보다 최준용' 이런 피켓 들고.. 근데 그런 것 보면 진짜 힘이 나요. 저 아기들이 지금 다른 거, 더 재밌는 거 할 나이에 제 농구 보면서 저 응원하고 다니는 거 보면 좀 미안하기도 하고.. 저렇게 응원해 주니까 제가 더 힘내서 더 재미있게 보여주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Q) 팬에 대한 마음이 진짜 큰 것 같은데.. 최준용에게 '팬은 어떤 존재다'라고 정의를 내릴 수 있을까요?
최준용) 팬이란 최준용이다! 팬 분들은 (저를 보면서) 대리 만족하는 것일 수도 있잖아요. 제가 잘했으면 좋겠고, 멋있었으면 좋겠고.. 저로 인해서 대리 만족하시는 분들도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분들을 위해서 내가 좀 더 멋있고 더 잘하는 그런 선수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그리고 제가 얼마 전에 TV에서 본 게 있어요. "네가 돈을 많이 벌고 싶으면 남을 더 많이 벌게 해 줘라"라고 어떤 할머니가 얘기하시더라고요. 저는 제가 농구로 인해 받은 모든 것들을 다시 팬 분들에게 돌려주고 싶은 마음이 크고 강한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까 '쟤 오버하는 것 아니야? 팬들이 뭐라고 저렇게 까지 하냐?' 하는 소리도 많이 듣는데, 그래도 뭐 제가 좋으니까 (하는 거예요.)

(팬들에게는) 항상 이렇게 응원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표현이 진짜.. 어떻게 감사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진짜 감사하고요. 제가 재미있는 모습, 팬들이 경기장 오셔서 지루하지 않고 저만 보면 웃을 수 있고, 정말 행복하고 재미있게 경기를 볼 수 있(게 만드)는 그런 선수, 기억에 남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좀 더 많이 노력해야죠.

또, 경기장에 찾아오셔서 저한테 스스럼없이 좀 다가왔으면 좋겠어요. 사진 찍어달라고 오시다가도 고민하고 돌아가시는 분들도 많은데 (사진 찍는) 그런 거 다 괜찮아요. 뒤에서 저 뒤통수 한 대 때려도 되니까 스스럼없이 저한테 다가왔으면 좋겠습니다. (Q) 이 얘기가 방송으로 나갔다가 뒤통수 때리는 분 많으면 어쩌죠?) 상관없어요. 근데 뭐.. 설마 그러시는 분들은 없겠죠? 그만큼 좀 많이 다가와 주셨으면 좋겠어요.
어린이 팬의 '하이파이브' 요청을 외면하는 KCC 선수들팬에 대한 얘기가 길어지자, 최근 논란이 된 '어린아이의 하이파이브 요청을 지나친 한 구단의 사례'를 직접 지적하고 꼬집었습니다.

최준용) 이번에 기사 난 거 보니까 진짜 마음에 안 들더라고요. 진짜 (팬을 지나치거나)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거 보니까 마음이 많이 아프더라고요. 사진 보는데..

뼈 있는 농담도 잊지 않았습니다.

최준용) (다른 구단에서) 하이파이브 아무도 안 해주면 SK로 오세요. 제가 해드릴게요. 제가 10번 쳐드릴게요. 아무도 안 해주면 저한테 오세요. (Q) 응원하는 구단 안 가리고 모든 팬에게 해드리는 거예요?) 무조건 다 해드리죠.

팬에 대해 사랑은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화제를 돌려 프로 4년 차에 접어들면서 중고참이 되어가는 그에게 후배부터 문경은 감독까지 동료들에 대한 이야기를 물어봤습니다.

최준용) 제 멘토가 있어요. 웨이트 트레이닝하시는 분인데, 그분이 하는 말이 '후배한테 인정받는 사람이 진짜 좋은 사람'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걸 좀 새겨듣고 후배들한테 잘하려고 하고 후배들을 좀 많이 챙기려고 하는 편이에요.

Q) 2년 전에는 사비를 들여서 연세대 후배인 안영준, 허훈 등에게 스킬 트레이닝을 해줬다고 들었어요.
최준용) 제 멘토 형의 말을 진심으로 받아들이고, 후배들한테 잘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얼마 안 돼서 그런 걸 했었어요. 또 멘토 형이 얘기해 줬어요. '후배한테 연락했을 때 연락을 안 받아도 또 (연락)하고, 자존심을 버리고 더 잘해줄 수 있는 선배가 진정한 선배'라고. 계속 잘해주다 보면 언젠가는 저를 찾겠죠.
문경은 감독과 최준용무슨 주제든 확실한 자신의 생각이 있었고, 거침없이 이를 얘기했습니다. 최준용은 코트 위에서나 밖에서나 이렇게 자신의 개성을 마음 놓고 드러낼 수 있는 건 문경은 감독 덕분이라고 말했습니다.

Q) 가끔은 코트 위에서 어이없는 실수를 할 때도 있는데?
최준용) 그렇죠. 실수할 때도 있죠. (팬들 때문에) 너무 업(UP) 돼서..

Q) 그럴 때는 문경은 감독이 뭐라고 안 해요?
최준용) 딱히 뭐라고 안 하세요. 실수한 것보다 잘하는 게 더 많으니까..

Q) 정말 문 감독에게 혼난 적이 없나요?
최준용) 루키 때부터 지금까지 많이 혼났죠. 여기서 제가 제일 많이 혼났을 걸요. 그런데 감독님은 어떻게 보면 (제) 파트너잖아요. 제가 잘 될 수 있게 도와주는 파트너인데, 그런 파트너 역할을 잘해주는 걸 혼낸다고 말하기에는 좀 그런 것 같아요.

Q) 평소 문경은 감독이 최준용 선수한테 요구하는 건 어떤 건가요?
최준용) (경기를) 재미있게 하라고 그래요. 너는 웃으면서 즐기면서 해야 네가 가지고 있는 능력이 더 많이 나오는 것 같다고.. 경기 들어가면 네가 즐기고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것만 찾아서 하라고.. 문 감독님은 선수가 뭘 잘하고 뭘 좋아하고 어떤 것에 희열을 느끼는지 아시기 때문에 선수 한 명 한 명마다 그 선수가 좋아하는 것 밖에 안 시켜요. 감독님이 원하는 스타일로 (선수를) 바꾸는 게 아니라 저희 선수들이 원하는 스타일로 감독님이 바꾸려고 노력을 많이 하시는 편이에요. 선수들이 인정할 수 있는 감독님이 진짜 멋있는 감독님이죠. 저는 (문 감독이) 그렇다고 생각해요. (SK) 모든 선수들이 다 그렇게 생각할 거예요.

1시간 가까운 인터뷰를 통해 최준용은 '팬들을 위해, 그리고 동료와 선후배, 코칭스태프를 위해 더 즐겁고, 더 열심히 뛰겠다'고 말했습니다. 때로는 직설적인 인터뷰나 과한(?) 세리머니 때문에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동료나 안티 팬들도 생기겠지만, 최준용은 흔들림 없이 '마이웨이'를 갈 것을 약속했습니다.

최준용) 그렇게 (안 좋게) 봐주시는 사람도 팬이니까.. 그런 분들도 제가 어떻게 하느냐, 제 행동에 따라서 댓글도 남기시고 관심을 가져주시는 거잖아요. (악플이나) 그런 거에 대해서 전혀 억울하고 짜증 나는 건 없고, 제가 코트에서 (실력을) 보여주고, 제가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보여주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딱히 억울하고 그런 건 없는 것 같아요.

또 코치님이 "(네가) 분위기 업(UP) 해가지고 세리머니 열심히 하고 막 웃으면서 시합에 임하면 팀 분위기가 달라진다고. 네가 그 정도의 책임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고 너로 인해서 팀이 움직인다"며 "네가 기분이 안 좋고 힘들더라도 연기를 해서라도 더 밝게 (분위기를) 가져가자"고 말씀을 해주셨어요. 그래서 더 책임감을 가지고 더 재밌게 경기에 임하려고 하고, 저를 보고 동료들이 힘난다고 그러니까 더 밝게 하려고 노력하는 중이에요.
고 정재홍 선수와 눈물 흘리는 최준용마지막으로 시즌 개막을 앞두고 유명을 달리한 故 정재홍 선수를 떠올렸습니다. 정재홍 선수가 불의의 사고를 당했을 당시 중국에서 열린 농구 월드컵에 참가하고 있던 최준용은 현지에서 이 소식을 듣고 눈물을 쏟았습니다. SK 숙소에서 함께 방을 쓸 정도로 정재홍 선수와 각별했기에 아직도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는 최준용은 정재홍 선수의 빈소에 반드시 우승 반지를 바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최준용) 항상 홈 경기장에 (재홍이 형) 사진 걸려있는 것 보면 마음이 많이 아프죠. (휴식기 직전) 마지막 모비스와 경기 때 애국가가 나오는 데 갑자기 (재홍이 형) 생각이 나더라고요. 그때 좀 많이 힘들었어요. 시합 전에... 멘털을 잘 잡고 경기에 임하기는 했는데.. 갑자기 찾아와요. 그런 슬픔이 막 갑자기 찾아오는데, 그런 거 때문에라도 제가 좀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예전에 어깨가 너무 아플 때도 인터뷰 한 번 했었거든요. 제가 어디가 아파도 경기에 임하고 참고 뛸 수 있는 이유가 재홍이 형 때문이라고 얘기했거든요. 제가 이 정도 아픈 게 경기 못 뛸 정도의 아픔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동기 부여가 되죠. 시합 전에 항상 모든 코칭스태프랑 선수들이 묵념을 하고 경기에 임하는데.. 재홍이 형을 위해서라도 이번 시즌에 더 열심히 하는 게 의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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