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대구 최초의 아파트는 지난 1969년 지어진 동인 시영 아파트인데요, 내년 초 철거를 앞두고 공동체의 마지막을 기억하려는 작은 문화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권준범 기자입니다.
<기자>
오래된 아파트는 도심 흉물이라는 게 일반적인 인식입니다.
대구에서 가장 오래된 동인 시영 아파트가 그렇습니다.
1969년, 지어진 지 50년이 지났으니 곳곳이 허물어지고 벗겨졌습니다.
내년 초 철거를 앞두고 있지만 270여 세대 가운데 150세대 정도가 여전히 이곳을 떠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진교/50년 거주 : (처음에는) 화장실 구경하러 오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이렇게 물을 내리는 거 있잖아요, 물이 내려가면 굉장히 신기해하고, 놀라워했죠.]
별 볼 일 없던 아파트가 문화 공간으로 변신한 건 이달 초, 젊은 작가 20여 명이 모여 삶의 흔적들을 기록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볼 수 없는 나선형 계단으로 연탄 수레와 상여가 오르내렸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 방문했던 사실도 주민 인터뷰를 통해 그려 냈습니다.
떠나지 못한 주민들의 이름이 새겨진 문패가 작품이 되는가 하면 잘려 나간 히말라야 시다 그루터기는 습탁을 떠 바깥 창문에 전시했습니다.
전시 공간과 별도로 마련한 게스트하우스는 대기자가 늘어설 정도로 인기입니다.
[김미련 작가/동인동인 프로젝트 총괄기획 : 철거를 코앞에 앞두고서도 꽃밭을 가꾸시는 모습에 굉장히 감동을 받았어요, 그런 모습의 연장 속에 삶의 기억이 배어 있지 않나….]
숱한 이야기를 품은 동인동인 프로젝트는 이달 말까지 무료 전시된 뒤 다음 달 4일부터 봉산문화회관에서 아카이브 형태로 시민들과 만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