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박물관 도난보물 '3세트 90여 점'…최고가품들 일부 공개

독일 드레스덴 보석 박물관에서 사라진 보물들의 세부 정보가 일부 공개됐습니다.

공개된 보물들은 사상 최대의 박물관 도난사건이자 무려 1조 3천억 원으로 추산되는 피해액만큼이나 눈부신 모양새를 과시했습니다.

독일 작센 경찰은 26일(현지시간) 공개수배 전단을 통해 드레스덴 '그뤼네 게뵐베'(녹색 금고) 박물관에서 도난당한 고가의 보석 장식품 10점의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이는 박물관에 전시됐다가 도난 피해를 본 공예품 3세트 90여점 가운데 일부로 다이아몬드가 빼곡하게 박힌 보물이 다수를 차지했습니다.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이들 공예품 대다수는 작센 왕국의 프리드리히 아우구스트 3세 통치기에 궁중 보석세공사들이 대를 이어 제작한 것들입니다.

세부 공예품을 뜯어보면 이번 사건으로 도난된 보석 중에는 100여 개가 넘는 크고 작은 다이아몬드로 만들어진 모자 장식이 있습니다.

1780년대 프리드리히 아우구스트 3세가 자선행사에서 입었던 것으로 알려진 이 공예품은 15개의 거대한 다이아몬드와 100여 개의 소형 다이아몬드로 구성됩니다.

리본 모양의 다이아몬드 장식 아래에는 16캐럿짜리 다이아몬드가 박혀있습니다.

9개의 큰 다이아몬드와 770개의 작은 다이아몬드가 검 손잡이와 칼집에 장식된 공예품도 도난당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길이는 96cm, 무게는 553g에 달하는 이 공예품은 무릎과 신발 장식, 견장과 함께 한 세트를 이룬다고 박물관 측은 설명했습니다.

어린 시절 폴란드로부터 명예로운 '흰독수리 훈장' 기사 훈장을 받은 프리드리히 아우구스트 3세는 이후 궁중 보석세공사를 통해 흰독수리 보석 공예품을 의뢰했습니다.

독수리를 본 떠 만든 이 공예품 중앙에 위치한 물방울 모양 다이아몬드는 새의 몸을 뜻하며, 아래에는 두 다리와 발톱이 보입니다.

1740년대 후반 스위스 제네바의 세공사와 다이아몬드 세공으로 유명했던 장 자크 팔라드의 합작품인 이 공예품도 폴란드의 흰독수리 훈장을 나타냅니다.

8개의 꼭짓점으로 빛나는 별 모양의 공예품은 중앙에 20캐럿 다이아몬드와 상하좌우의 길이가 같은 붉은 색의 몰타 십자가가 장식돼있습니다.

18세기에 인기를 끈 리본 모양의 다이아몬드 장식은 주로 궁중 여성들의 목 장식으로 사용됐습니다.

프리드리히 아우구스트 3세의 아내인 아말리가 딸 마리아 오거스터스 공주의 탄생을 기념하며 1782년 제작한 것으로 알려진 이 장식품은 총 614캐럿에 달하는 다이아몬드 660여 개가 촘촘히 박혀있습니다.

0.6cm짜리 진주부터 1.2cm짜리 대형 진주까지 모두 177개가 꿰어져 있는 목걸이도 도난당했습니다.

이 목걸이는 1734년 전에 수집된 진주들로 1927년부터 1937년까지 제작됐다고 박물관은 설명했습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박물관 측은 공예품 90여 점으로 이뤄진 보석 3세트 가운데 일부가 이번 사건으로 사라졌다고 보도했습니다.

박물관 측은 구체적인 피해 규모를 모두 밝히지는 않은 채 이날 대표적인 품목들만 공개했습니다.

디르크 진드람 그뤼네 게뵐베 박물관장은 2인조 도둑이 급하게 절도를 시도하면서 도끼로 때려 만든 전시함 구멍에 손을 넣어 장식품 3세트에서 손에 잡히는 것들만 낚아채 가져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영국의 보석 역사가인 비비엔 베커는 WSJ 인터뷰에서 "역사상 가장 큰 예술품 도난 사고 중 하나"라며 "누군가 루브르 박물관을 부수고 모나리자를 가져간 것과 같은 셈"이라 평가했습니다.

(사진=독일 작센 경찰 제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