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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마 유니폼' 강요받는 여성 노동자들…규정 없는데 왜?

'치마 유니폼' 강요받는 여성 노동자들…규정 없는데 왜?

정혜경, 원종진 기자 choice@sbs.co.kr

작성 2019.11.26 20:57 수정 2019.11.26 22:26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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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1년 사계절 내내 치마만 입고 일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치마 유니폼을 입어야 하는 여성 노동자들 이야기입니다. 어떤 근거나 규정이 있는 게 아니라 대부분 관행이라는 이유로 이어져 오고 있는 겁니다. 저희는 오늘(26일)부터 여성 노동자들이 자유롭게 근무복을 선택할 수 있는 그런 일터를 만들기 위한 연속 보도를 준비했습니다.

먼저 정혜경 기자, 원종진 기자가 우리 실태부터 전해드리겠습니다.

<기자>

영하를 밑도는 날씨.

백화점 문 앞에서 치마를 입은 직원들이 주차 안내를 하고 있습니다.

야외 대기석에 난방기가 있어도 추위를 막는 건 역부족입니다.

[주차 안내 직원 : (여기 치마만 입으셔야 하는 거예요?) 여기 유니폼이 그래요. (어떤 게 필요하신 거 같으세요?) 이런 코트 말고 패딩 같은 거? 따뜻하고 실용성 최고인 게 좋죠.]

주변 화장품 매장에서도 여성 직원은 1년 내내 치마만 입고 근무해야 합니다.

유니폼을 입어야 하는데 회사에서 받은 건 치마뿐입니다.

[화장품 매장 판촉 직원 : (여자 직원분들한테 바지는 안 주는 거예요?) 네, 저희 가게에는 없어요. 저희 가게는 다 치마예요. 익숙해졌어요. 처음에는 조금 불편했는데 익숙하게 됐어요.]

이렇게 치마만 입는 근로자들은 고객 응대, 안내 서비스 등을 담당하는 직원들이 대부분입니다.

취재진이 서울에 있는 국내 3대 백화점 본점을 찾아가 봤습니다.

층별 안내 데스크, 유모차 접수 직원, 운송 대행, 세금 환불 등 안내 서비스를 제공하는 여직원 대부분 치마를 입고 있습니다.

치마 유니폼만 입고 종일 앉았다 섰다를 반복하며 겪는 고충도 많습니다.

[백화점 안내 직원 : (치마 입고 있으면) 지나다니시다 쳐다보는 분들이 있거든요. (그래도) 뭐라고 할 수가 없으니까.]

그렇다면 누가, 어떤 이유로 이 근로자들에게 치마 유니폼만 입게 한 걸까요, 이들이 근무복을 스스로 선택할 수는 없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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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 업무를 제공하는 노동자들은 대부분 백화점이 아니라 하청 용역 업체 소속 노동자들입니다.

유니폼도 대부분 이 하청 업체에서 지급되는 것들이었는데요, 왜 추운 겨울에도 치마 유니폼만 지급이 되는 건지 저희가 직접 한번 용업 업체에 물어보겠습니다.

[A 인력 파견 업체 관계자 : (복장 같은 게 규정이 정해져 있는 건지. 치마만.) 예전부터 해왔던 유니폼이에요. 규정 아닌 규정처럼. 딱 치마만 입어야 됩니다. 이거는 아니거든요. (직고용일 때) 해왔던 유니폼이나 이런 방식이 그대로.]

여성 노동자는 치마를 입으라는 관행이 이어지고 있는 건데 물론 하청 용역 업체가 이 관행을 바꾸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B 인력 파견 업체 관계자 : 원청에서 좀 요구하는 조건이 까다로운 데가 있어요. 특히 치마만 입어야 하는 데는 안에서 근무하는 인포메이션 직원들이 많이 좀…]

그래서 유니폼 선택 권한이 있는 원청 업체, 즉 대형 백화점들의 입장을 물었습니다.

백화점들은 활동량이 적은 직무에만 치마를 지급하고 있다면서도 직원 의견을 수렴한 뒤 바지 유니폼도 함께 지급하는 걸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오래된 관념을 바꾸는 것, 한겨울에도 치마만 입어야 했던 여성 노동자의 현실을 바꾸기 위한 출발점입니다.

(영상편집 : 전민규, VJ : 정한욱·김초아)

▶ "감옥 같아요" 여성성 강요하는 유니폼, 엄연한 성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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