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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판다②] 심사 정보로 기업에 수임 영업…관세청 전·현직 카르텔

[끝까지판다②] 심사 정보로 기업에 수임 영업…관세청 전·현직 카르텔

김지성 기자 jisung@sbs.co.kr

작성 2019.11.26 20:46 수정 2019.11.26 22:26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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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정리를 해보면, 관세청이 한 기업을 조사하는 것은 상당히 민감한 내용이기 때문에 그것이 밖으로 절대 나가서는 안 되는 것인데, 관세청 고위직 출신들은 그것을 알아내서 해당 업체에 접근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생각해보면 이것은 내부의 도움 없이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렇다면 그들은 어떻게 연결돼 있는 것이고, 또 왜 직원들은 이미 관세청을 떠난 사람들에게 정보를 흘리고 있는 것인지, 계속해서 김지성 기자가 전하겠습니다.

<기자>

지난 7월, 부산의 한 무역회사를 관세청이 압수수색했습니다.

압수수색 다음 날, 업체 대표는 관세청 고위직 출신의 관세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고 말합니다.

[무역회사 대표 : '어제 압수수색 받으셨죠?' 그래서 제가 '실례지만 어디십니까?' 그랬더니 관세법인 00라고 하더라고요.]

이른바 전관 관세사는 업체 대표가 부산세관에 출석해 관세법 위반 혐의로 조사받은 사실도 알고 있었습니다.

[무역회사 대표 : '조사는 잘 받으셨습니까?' 그러더라고요. '그건 어떻게 아세요?' 그랬더니, '아, 다 후배라고 했지 않았습니까? 우리는 다 알고 있습니다' 이러더라고요.]

[정우진/무역회사 이사 : 조사받고 나와서 점심 먹고 있는데, 실시간으로 거의 뭐 이거를 다 알다시피 하니까….]

관세사는 세관 조사가 끝나기도 전에 다시 연락해 벌금 예상 액수까지 알려줬다고 업체 측이 말했습니다.

[정우진/무역회사 이사 : (수출액의) 20%가 벌금이 나옵니다. 8억 6천만 원 벌금 나오는 걸 안 나오게 해줄 테니 그 8억 6천만 원 중에 20%를 저희한테 (성공보수로) 달라….]

관세사는 또 SNS 메시지로 "일전에 관세청 담당 과장과 계장을 면담했다", "관세청 방문을 통해 수사 진행상황 등을 알아보고 연락드리겠다"는 식으로 자신의 네트워크를 과시하며 수임 계약을 종용했다고 업체 측이 주장했습니다.

이 회사를 조사한 관세청 팀장은 해당 관세사를 알기는 하지만 수사 정보를 누설하지는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관세청 팀장 : 예전에 같이 근무했었던 분입니다. (팀장님이 (수사 정보를) 말씀하신 적은 없다는 거죠?) 그렇죠.]

하지만 업계에서는 기업 심사나 수사 정보를 현직 관세공무원으로부터 파악한 뒤 해당 기업에 접근하는 것이 전관 관세사들의 전형적인 영업 형태로 보고 있습니다.

[관세법인 대표 : 현직 관세공무원들의 내부 정보를 통해서 영업을 하는, 관세법인과의 유착을 통해서, 그런 부분들이 사실 비일비재합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또 현직 공무원들이 정보를 흘리는 것은 일종의 보험금 성격이라고 말합니다.

조사를 받거나 통관에 어려움을 겪는 수출입업체를 관세법인과 연결해 정기적인 컨설팅 비용을 받게 한 뒤 퇴직 후 해당 관세법인으로 옮겨 수익을 나눠 갖는다는 것입니다.

[관세법인 대표 : 퇴직 전에 미리 물량을 확보해서 그걸 바탕으로 관세법인에 취직을 해서 월급 형태로 받는 거죠. 그 기업들이 이슈가 있을 땐 자기가 그걸 풀어주는 해결사 역할을 해주고….]

관세청은 부산 무역회사 수사 정보가 유출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담당 팀장을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영상취재 : 조창현, 영상편집 : 원형희, VJ : 김준호, CG : 홍성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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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관세청은 모든 통관 업무를 담당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수출·수입으로 먹고사는 회사들, 거기서도 규모가 좀 작은 업체 입장에서는 관세청이 가장 힘세고 또 두려운 곳일 것입니다. 그런 기관이 수사를 한다고 하면 더 위축될 수밖에 없겠죠.

그런 점을 이용해 대한민국 국경을 지켜야 할 관세공무원들이 기밀 정보를 흘리면서 서로 챙겨준다는 의혹, 끝까지 판다 내일(27일) 이 시간에는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한지 한 단계 더 파헤쳐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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