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스가 최초의 가정용 비디오테이프 녹화기(VCR)를 선보인 곳도, 소니가 만든 최초의 CD플레이어가 등장한 곳도 CES였습니다. 위성TV 시스템, HD·OLED·스마트 TV와 3D프린터 등 우리 생활상을 바꾼 가전제품 대부분이 CES를 통해 첫선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CES는 단순 첨단 가전 전시회는 아닙니다. 행사를 주최하는 미국 소비자가전협회(CEA)의 명칭이 2016년부터 소비자기술협회(CTA)로 바뀐 데서도 최근 CES의 성격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을 파괴적으로 흔들고 변화시키는 '기술(Technology)'의 최첨단을 보여주겠다는 겁니다. 실제로 최근 들어 IBM과 인텔, 삼성과 LG 같은 전통의 기술 기업 뿐 아니라 완성차 업체들까지 대거 참가해 자율주행과 차량 내 인포테인먼트 기술을 뽐내고 있습니다. 여기에 농업, 여행, 보험, 컨설팅 등 전통 가전 업계가 아닌 분야 기업들까지 참여합니다. 모든 산업 분야에 스며드는 '기술'이 우리 세상과 삶을 어떻게 바꿀지 예측할 수 있는 행사인 겁니다.
코트라가 정리한 오는 2020년 CES에서 주목할 5가지 기술 트렌드를 소개합니다. CTA가 매년 CES 개최 전 발간하는 '주목할 5가지 기술 트렌드'에서 발췌했습니다. 주최 측은 오는 CES에서 ▲디지털 치료법 ▲차세대 교통수단 ▲식품의 미래 ▲안면인식 기술 ▲로봇의 발전을 주목할 기술로 꼽았습니다. 현장에선 위 트렌드별 관련 쇼케이스와 프로그램을 구성해 직접 접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입니다.
디지털 치료(Digital therapeutics)는 기존 '디지털 헬스케어'에서 더 나아가 소프트웨어를 통해 직접 환자를 치료하는 걸 말합니다. 인공지능(AI)과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등을 통한 '스트레스 관리'와 '통증 완화'를 가능케 하는 디지털 치료법이 소개될 걸로 보입니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익명성이 보장되기 때문에 정신질환이나 트라우마, 약물 오남용 치료 등 민감한 의료서비스 분야에 활용 가능성이 클 것으로 기대됩니다.
식품 기업들은 식물 기반 대체육 제품과 곤충 단백질 같은 지속가능 식품의 첨단을 소개할 걸로 보입니다. CTA 측은 개개인의 유전자 구조와 필요 영양소를 고려해 즉석 3D프린터로 조리하는 맞춤형 음식에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세계 각지의 잉여 식량을 파악해 더 나은 식품으로 만드는 '식품 업사이클링(Upcycling)' 기술은 기아와 환경 이슈 등 사회 문제 해결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돌돌 말리는 '롤러블 TV' 등을 소개해 히트를 친 우리 기업들도 다시 CES에 참가합니다. 삼성전자 김현석 사장은 개막 전날 프리쇼 기조연설에 나서 AI와 사물인터넷 기술 등이 어떻게 세계 시민을 연결시켜 변화를 일으키는지 등을 소개합니다. 단순 완성차 업체에서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변화를 천명한 현대자동차는 인간을 편리하게 해주는 모빌리티 신기술을 대대적으로 발표한다는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