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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 민족주의 역풍 뚫고 루마니아 친EU 대통령 재선

동유럽 민족주의 역풍 뚫고 루마니아 친EU 대통령 재선
루마니아 대선 결선투표에서 유럽통합을 지지하는 성향을 지닌 클라우스 요하니스 현 대통령이 연임에 성공했다.

유럽연합(EU)에 대한 회의론과 함께 민족주의가 득세하는 동유럽에서 EU가 지향하는 가치를 지지하는 보루가 하나 확인됐다는 평가가 뒤따르고 있다.

루마니아 국영 아제르프레스 통신에 따르면 25일(현지시간) 국민자유당(PNL) 소속 요하니스 현 대통령이 전날 치러진 대선 결선투표에서 유효표의 66.5%를 얻어 맞상대인 비오리카 던칠러 전 총리를 누르고 재선에 성공했다.

33.5%의 지지를 받은 사회민주당(PSD) 소속 던칠러 전 총리는 결선 투표 직후 출구조사 결과가 나오자 곧바로 패배를 인정했다.

이는 지난 30여년간 루마니아의 집권당 역할을 해온 PSD에 최악의 투표 결과였다고 AFP통신은 설명했다.

요하니스 대통령은 "현대적이고 유럽연합다우며 정상적인 루마니아 시민들이 승리했다"면서도 "내년에는 총선이라는 더 큰 전쟁에서 승리해야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독일계 물리학 교사 출신인 요하니스 대통령은 지난 2014년 대선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부패 척결을 내세워 PSD 정부의 부정·부패에 염증을 느낀 국민들의 지지를 받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법치를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운 그는 민족주의를 내세워 EU 지도부와 갈등을 빚던 PSD 정부에 대항해 EU를 지지해온 인물이기도 하다.

앞서 전 정부인 PSD 정부는 사법부를 정치적 통제하에 두고 부패 공직자 처벌을 어렵게 하는 사법제도 개편안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여러 차례 EU와 충돌했다.

그러면서 EU와의 갈등 자체를 정부가 루마니아를 위해 나서서 싸우고 있다는 선전 도구로 활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당 지도부의 부패 스캔들로 국민적 지지를 잃게 된 PSD 정부는 지난달 10일 치러진 의회 불신임 투표에서 결국 실각했다.

반면 요하니스 대통령과 같은 당 소속인 루도비치 오르반 총리가 이끄는 새 내각은 지난 4일 의회 투표에서 465표 중 240표를 얻어 의회의 신임을 받는 데 성공했다.

여기에 요하니스 대통령까지 수성에 성공하면서 최근 동유럽 지역에서 힘을 얻고 있는 민족주의, 이를 토대로 EU로부터 멀어지려는 동력을 견제하는 세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AFP통신은 "요하니스 대통령의 승리로 루마니아의 EU 지지 추세가 재확인됐다"고 진단했다.

폴란드, 헝가리 등 동유럽 국가들에서는 국수주의 성향의 정치 지도자들이 득세해 법치주의, 권력분립, 보편적 인권과 같은 EU가 지향하는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저평가하는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다만, 루마니아는 총리가 행정 실권을 가지는 이원집정부제 국가로 대통령은 외교·국방 관련 사안만 책임진다는 점에서 요하니스 대통령의 당선은 일단 상징적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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