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삼성 임원진 줄소환…합병·승계 과정 수사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주가조작 등 불법 수단이 동원됐는지 본격적인 확인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4부(이복현 부장검사)는 이달 초부터 삼성물산과 옛 그룹 미래전략실 임원들을 연일 소환해 조사 중인 걸로 알려졌습니다.

검찰은 이들을 상대로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당시 회계처리 등 의사결정 과정 전반을 확인하고 있는 걸로 전해졌습니다.

검찰은 삼성물산 수뇌부까지 차례로 소환해 합병 직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기업가치가 고의로 조작됐는지, 이같은 의사결정이 어떻게 내려졌는지 등을 조사할 것으로 보입니다.

검찰은 금융당국이 고발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혐의 수사는 사실상 마친 상태입니다.

검찰 관계자는 "분식회계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고 보고 합병과 관련한 불법 혐의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매일 다수의 관계자들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합병 관련 의혹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분을 보유한 제일모직의 가치를 부풀려 삼성물산과 합병하고, 이 부회장에게 유리하게 적용된 합병비율을 정당화하기 위해 제일모직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분식회계를 벌였다는 게 골자입니다.

검찰은 삼성이 제일모직에 유리한 합병비율을 이끌어내기 위해 합병 직전 삼성물산 실적을 고의로 떨어뜨린 정황이 있다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삼성물산은 합병 이전인 2015년 상반기 신규주택을 300여 가구만 공급했습니다.

주주총회에서 합병이 결의된 이후에는 하반기 서울에 1만994가구를 공급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주가에 호재가 될 수 있는 2조원 규모 카타르 복합화력발전소 기초공사 수주 사실을 합병 결의 이후인 2015년 7월말 공개해 주가를 고의로 낮추려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입니다.

2015년 1월부터 합병비율이 결정된 5월까지 삼성물산 주가는 다른 건설사들과 달리 상승하지 않았고 특히 4월 중순 이후에는 지속적으로 하락했습니다.

이같은 의혹은 법원도 일부 인정한 적이 있습니다.

서울고법은 2016년 5월 옛 삼성물산 지분을 보유한 일성신약과 소액주주가 주식매수 가격을 다시 산정해달라며 낸 신청사건에서 "옛 삼성물산의 실적 부진이 이건희 등의 이익을 위해 누군가에 의해 의도됐을 수도 있다는 의심에는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