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원래 그런 건 없어'에 도전한 24살 요가강사의 2천만 원 창업기

하대석 기자 bigstone@sbs.co.kr

작성 2019.11.23 09:25 수정 2019.11.28 12:27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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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원래 그런 건 없어에 도전한 24살 요가강사의 2천만 원 창업기
"저는 운동 좋아하고 체형에 관심 많은 24살 요가강사였어요. 그런데 기존 요가복이 입다 보니 불편했어요. 몸의 움직임을 잡지 못했고, 몸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죠."

시작은 불편함과 불만감이었다. 그것을 없애는 데 바친 시간은 배신하지 않았다. 수중의 초기 투자금은 고작 2천만 원. 불과 4년 만에 연 400억 원이 넘는 매출 기업으로 성장하며 패션업계 돌풍을 일으켰다. 최근 연예인 신세경 씨의 TV 광고로 더욱 유명해진 안다르의 신애련 대표는 지난 12일 동대문 DDP에서 열린 서울워크디자인위크(SWDW)에서 수줍게 모습을 드러냈다. 무대 체질이 아니라서 떨린다는 말과 달리 목소리는 차분했고, 좌중은 24살 요가강사의 좌충우돌 창업스토리에 몰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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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당시 필라테스와 요가 붐이 일었지만, 요가복은 선택의 폭이 넓지 않았다. 기존 요가복은 트레이닝복에 가까웠다. 색감도 대부분 어두웠고, 모양도 투박했다. 밝고 화려한 무늬가 있는 요가복을 입고 예쁘게 운동하고 싶었다. 당시 이런 불만을 갖고 있던 요가강사 청년은 결국 직접 레깅스 스타일의 편한 요가복을 만들어보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일단 원단 시장에 가보니 기능성 원단이라고는 등산복 소재뿐이었다. 그래서 서울 면목동 일대 봉제공장을 돌아다녔다. 몸에 잘 맞게 복원력 좋은 요가복을 제작하고 싶다고 했지만 공장 사장님들은 한결같이 '그런 요가복은 만들기 어려워요'라며 고개를 흔들었다. 여러 번 거절당하며 방황하다 래쉬가드를 만드는 공장까지 발길이 닿았다. 사장님이 또 손사래를 치려 하자 신 대표는 '사장님 지금 이 시장이 열리고 있어요. 엄청 유망하다니까요'라면서 예정에 없던 사업설명회를 하게 됐다.
관련 사진"그때 사장님이 절 기특하게 봐주셨는지 수락하였고, 결국 그 공장에서 제가 원하는 요가복을 만들게 됐어요. 당시로서는 요가복 패턴을 아는 사람도 없어 스스로 연구하는 수밖에 없었고, 제가 마네킹이 돼서 디자인하기 시작했죠. 당시 공장에 옷 갈아입을 데가 없어서 책상 아래 비좁은 곳에서 수그린 채 갈아입었는데 제가 요가강사여서 그 자세로 겨우 갈아입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2015년 레깅스 형태의 안다르 요가복이 최초로 탄생했다. 당시엔 요가를 할 때 사람들은 펑퍼짐한 옷을 입거나 트레이닝복을 주로 입었다. 강사가 자세를 정확히 확인하고 교정해주려면 달라붙는 옷이 필요하지만, 요가를 하는 1시간 동안만 입으려고 별도로 요가복을 구매하긴 아깝다는 분들이 많아 마진 폭을 최대한 줄였다.

전 재산인 2천만 원을 쏟아부어 이렇게 레깅스 요가복을 만들었는데 막상 판매해 보려고 해도 광고비가 없었다. 그래서 단순하고 무식한 방법을 썼다. 네이버 검색으로 전국의 요가원과 필라테스 전화번호를 수집했다. 요가학원과 필라테스학원 도합 5천군데 전화번호를 모아놓고 일일이 전화를 걸어 영업을 했다. 신 대표는 원래 낯을 가리고 소심한 성격이어서 걱정을 많이 했다고 한다. 하지만 다행히 처음 전화를 받은 요가원이 호의적이었고, 직접 방문해 요가복을 파는 데 성공했다.

"차도 없고 운전면허도 없어 남자친구 차를 얻어타고 수도권 요가원과 필라테스 센터를 순회했어요. 현재 그분은 저와 결혼했고요, 안다르 이사로 있으면서 저의 가장 소중한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죠."

판매는 순조로웠고 직원을 뽑고 사무실을 얻어 더 다양한 제품을 개발했다. 힙업효과 볼 수 있는 옷, 체형을 더 돋보이게 하는 무광택 재질 등 새로운 시도를 계속했다. '이런 게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면 기어코 만들어보려고 도전했다.

가장 큰 도전은 Y존에 봉제선이 없는 Y존 프리 제품이었다. 신애련 대표는 레깅스를 처음 입었을 때부터 남들 시선이 신경쓰였다고 한다. '왜 이렇게 신경이 쓰이지?'라는 질문을 계속 던진 결과 가운데 봉제선이 내복 같은 느낌을 준다는 점을 발견했다. 이 부분만 해결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일상에서 편하게 입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제공: 서울워크디자인위크(SWDW)주변에선 불가능할 것이란 이야기가 많았지만 Y존 봉제선 없애기를 시도했다. 역시 우려대로 옷의 중심축이 없어지자 균형이 무너졌다. 신축성이 사라져 입어도 흘러내려서 못 입을 정도였다. 과학적으로 Y존 없는 레깅스는 불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했다. 그래서 고민을 거듭하다 더 원점에서 접근해보기로 했다. 원단 자체를 바꾸기 위해 원단 제작용 기계를 직접 들여와 다양한 시도를 해봤다. 결국 Y존 없이도 착용감이 좋은 'Y존 프리 레깅스' 개발에 성공했고, 지금은 안다르라는 브랜드를 대표하는 상품이 됐다.

안다르는 2015년 8억 9천만 원에 불과했던 매출이 2016년 70억 원, 2017년 180억 원, 2018년 400억 원대로 늘어났고, 올해는 상반기 매출만 350억 원을 기록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사업이 성장하면서 어려움도 적지 않았다. 특히 대표의 나이가 어려 직원들과 커뮤니케이션이 쉽지 않았고, 특히 처음에 여유가 없어 직원들의 동기부여를 하는 데 서툴렀다고 신 대표는 털어놨다. 최근엔 수평적인 조직 모델을 도입하는 등 노력을 통해 상당 부분을 보완했다고 한다.

2015년 2천만 원으로 시작한 24살 요가강사의 도전은 이제 여성 스포츠의류 업계 트렌드를 선도할 만큼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앞으로도 신애련 대표는 '원래 그런 건 없다'는 말이 나올 때마다 '그래! 그럼 원래 없는 그걸 한번 만들어보자'며 일단 부딪치는 그 초심을 계속 이어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