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대표는 20일 오후 무기한 단식에 들어갔는데, 이번 단식은 청와대를 정면으로 겨냥한 것입니다.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농성을 시작했다가 법률상 문제가 제기돼 장소를 국회로 옮겼습니다.
황 대표가 단식하는 이유는 여권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강행 기류와 경제·외교·안보 등 총체적 국정 실패에 항의하겠다는 것입니다.
황 대표는 이날 단식 돌입에 앞서 '대국민 호소문'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GSOMIA) 파기 철회와 패스트트랙에 오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 및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철회 등 3가지를 요구했습니다.
그는 "죽기를 각오하겠다"며 이들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단식을 멈추지 않기로 했습니다.
황 대표는 이 같은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자면서 지난 18일 문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을 제안했지만, 청와대는 시간이 없다며 거부했습니다.
결국 황 대표는 문 대통령에게 국정 기조를 전환할 뜻이 없다고 판단, "현 상황을 비상시국으로 선언하고 비상행동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예고한 대로 단식 돌입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9월 16일 '조국 법무부 장관 파면'을 촉구하며 삭발한 게 대표적인데, 당시 삭발도 청와대 앞에서였습니다.
삭발 두달여 만에 그는 단식으로 투쟁 강도를 한층 끌어올린 셈입니다.
단식투쟁은 겨울철 '풍찬노숙'에 가까운 형태가 될 것이라고 박맹우 사무총장이 기자들과 만나 전망했습니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절대 정치공학적으로 해석하지 말아달라"며 "누군가는 나서서 이 시기에 온몸을 던져 투쟁해야 하지 않겠나"라는 책임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박 사무총장이 경계한 '정치공학적 해석'은 최근 황 대표의 당내 입지와 무관치 않습니다.
황 대표는 '조국 사태' 이후 제대로 된 투쟁전략을 구사하지 못한 채 여권에 끌려다니면서 오히려 실책만 연발했다는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대여 투쟁 동력은 끌어올렸지만, 박찬주 전 육군대장 영입 논란에서 보듯 자체 혁신·쇄신이 필요하다는 당 밑바닥 요구에는 뚜렷한 답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보수통합에 불을 붙이는 것으로 답변을 대신했습니다.
하지만 당 일각에서는 '혁신 없이는 총선 필패'라는 위기감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특히 김세연 의원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지도부의 '선도 불출마'를 요구하고, 이를 계기로 지도부 용퇴론까지 거세져 황 대표의 리더십은 또다시 위기에 봉착한 상황입니다.
다소 뜬금없다는 평가를 받았던 영수회담 제안은 물론, 이날 단식투쟁 돌입도 결국 자신의 정치적 위기를 돌파하려고 꺼내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황 대표가 이달 초 '보수통합론'을 들고나오면서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과의 물밑접촉을 공개한 배경에도 이 같은 계산이 깔렸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습니다.
이번 단식투쟁이 '어설픈' 정치공학적 행보가 아니라 목숨을 건 투쟁으로 진정성 있게 받아들여지려면 여론의 공감과 투쟁의 성과가 필수적입니다.
황 대표에 앞서 지난해 9일간의 단식투쟁을 벌였던 김성태 전 원내대표는 '드루킹 특검'을 관철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지소미아 종료의 경우 문 대통령의 의지가 확고하고, 패스트트랙 역시 범여권이 칼자루를 쥐고 있다는 점에서 성과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홍준표 전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은 황 대표 단식에 미동도 안 할 것"이라며 "그만큼 야당 전체를 얕잡아보고 있는데 단식을 한다고 해결될 문제냐"고 되물었습니다.
황 대표는 단식에 들어가면서 "당을 쇄신하라는 국민의 지엄한 명령을 받들기 위해 제게 부여된 칼을 들겠다"며 "국민의 눈높이 이상으로 처절하게 혁신하겠다"고 고강도 인적쇄신을 다짐했습니다.
이번 단식투쟁이 국면 전환용 카드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당 안팎에서 커지는 쇄신 요구에 귀를 닫고 있지 않다는 점도 역설하려는 의도로 읽힙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