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서울워크디자인위크(SWDW)에서 연사로 나선 강형근 전 아디다스코리아 부사장. 29년 전 아디다스코리아에 입사한 뒤 승승장구해 전 세계 10명밖에 없는 브랜드 디렉터로 부사장 자리까지 오른 인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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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웨어 분야 국내 4~5위에 불과했던 회사를 1조 매출로 성장시켰고, 2013년에는 나이키를 누르고 1위로 성장시키며 세계를 놀라게 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성공 비결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칼퇴'라고 말합니다.
"저는 늘 정신이 명료한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아디다스코리아에서 외국인 사장이 6명 바뀌는 동안에도 아무리 뒤통수가 구려도 일단 칼퇴부터 했어요. 퇴근한 뒤 '내가 어제보다 나아진 게 뭘까? 작년보다 나아진 게 뭘까?'라고 물으며 성찰의 시간을 가졌어요. 자기 계발에 힘쓰고 제대로 휴식하며 완벽한 내일을 위해 준비하는 시간이었죠. 내일을 위해 준비하는 사람은 절대 패배하지 않거든요."
그는 일찍 자고 새벽 3~4시에 일어납니다.. 습관이 돼 알람 없이도 그때 눈이 떠진다고 합니다. 30년째 이어온 습관인 신문 스크랩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심지어 캐나다에 출장 갔을 때도 '가제트'라는 현지 신문을 스크랩했습니다. 그리고 매일 15㎞를 걷거나 뜁니다. 그는 일상 속의 작은 습관에 상당한 주의를 기울입니다. 예컨대 그는 웬만해선 구두를 신지 않고 운동화를 신습니다. 빨리 걷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늘 1분 1초를 아껴 씁니다.
그가 인생에서 절대 허용하지 않는 게 하나 있는데 바로 '번아웃'(burnout·정신적, 신체적으로 고갈된 상태)입니다. 그는 휴식을 '창의적으로 일하기 위해 에너지를 충전하는 기술'이라고 정의하고 계획적으로 휴식합니다.
그렇게 열정을 바쳐 30년 가까이 성장시킨 아디다스코리아를 지난 5월 홀연히 떠났습니다. 아디다스에 대한 애정이 컸지만, 내일을 위해 가장 먼저 칼 같이 퇴근했던 것처럼, 자신의 미래를 위해 가장 잘나갈 때 미련 없이 사표를 던졌습니다. 올해부터 서울대 공학대학원에서 미래 융합기술 트렌드에 대해 수강하며 너무나 빨리 변하는 세상에 내가 과연 적응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도 들었다고 합니다.
"아무도 경험해보지 않은 엄청난 변화가 몰아치고 있어요. 내가 알던 마트라는 공간은 물건 사는 곳인데, 이젠 '사람들이 상거래 데이터를 남기고 그 데이터를 분석해 적용하는 곳'으로 정의되고 있어요. 내년엔 우버 에어가 헬기 택시를 상용화한다고 발표했죠. 맥도날드는 이미 드론으로 배송하고 있어요. 3D 프린터로 14시간 만에 집 한 채를 만드는 세상이에요. 2026년까지 7만 5천 개의 미국에선 소매점포가 폐업할 것이란 전망이 나와요. 지금 모든 산업의 경계가 다 무너지고 있거든요. 제가 30년간 해왔던 방식이 더 이상 안 통할 것 같아 고민이 많았어요."
그래서 그가 택한 것은 '태풍 한가운데로 뛰어들기'였습니다. 회사라는 온실에서 뛰쳐나와 새로운 변화에 홀몸으로 부딪쳐보기로 한 겁니다. 그는 요즘 도서관과 서점을 오가고 앞서가는 인물을 만나며 미래 공부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그는 미래를 두려워하는 젊은이들을 위해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빠른 실패'를 꼽습니다.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는 "아마존은 세상에서 실패를 하기에 가장 좋은 곳이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요즘 어느 글로벌 기업이나 '어서 빨리 움직이고 깨지고, 거기서 배우라'는 방침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합니다.
강형근 님은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이 꼭 명심할 것이 '나의 브랜드, 나의 인맥, 나의 필살기'라고 강조합니다. 누구나 퇴사를 꿈꾸는 요즘 같은 시대, 직장 선택의 기준은 연봉보다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인지 여부와 배울 것이 많은지 여부라고 그는 말합니다.
그는 실패를 빨리 하면, 거기서 배우기 때문에 좋은 점도 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고 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내가 전에 두려워했던 그것이 사실은 별것 아니었다'는 깨달음입니다. 직접 물에 빠져서 헤엄쳐본 뒤 더 이상 물을 두려워하지 않는 아이처럼 '공포가 사라지는 경험'을 하게 되는데, 그것이 본질적인 내면의 성장을 선물한다는 것입니다.
그는 현재 자신의 직업을 프로 러너(PRO LEARNER)라고 소개합니다. 미래와 관련된 모든 것을 닥치는 대로 배우며 그 안에 빠져 있기 때문에 더 이상 미래가 두렵지 않다고 합니다. 인생 사계절 가운데 자신은 한창 더운 여름쯤을 지나고 있다고 말하는 그는 새로운 문화를 만드는 미래형 비즈니스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미래에 제대로 준비하기 위해 치열하게 살기보다는 균형 있게 사는 걸 잊지 말라고 덧붙였습니다.
(사진=서울워크디자인위크(SWDW)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