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지난 15일에도 수위가 160cm까지 올라가 도시의 70%가 침수됐고 지난 12일에는 아프리카 쪽에서 불어오는 열풍과 호우 등으로 조수 수위가 178㎝까지 치솟으면서 도시 80% 이상이 물에 잠기는 피해를 봤습니다.

세계적 관광지인 베네치아는 수상 도시이자 운하의 도시로 유명합니다. 또 100여 개의 섬들이 400여 개의 다리로 이어져 있습니다. 베네치아는 석호의 진흙 바닥에 나무 기둥을 꽂고 간척 사업을 통해 만들어낸 도시입니다. 도시의 기반이 진흙이기 때문에 도시 지반이 매년 1~2mm씩 가라앉고 있습니다. 반면 베네치아 주변 석호의 수위는 매년 2mm씩 상승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더구나 20세기 들어서 도시 주변에 산업 단지가 발달하면서 지하수를 엄청나게 사용해 지반 침하가 가속화됐습니다. 1960년대 결국 지하수를 퍼 올리는 것은 법적으로 금지됐지만 침하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반 침하보다 더 심각한 것은 지구 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입니다. 베네치아 주변 평균 수위는 1900년 이래로 14cm나 상승했습니다. 여기에다 가을과 초봄 사이에 조수간만의 차가 급격히 커지면서 피해가 심해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산마르코 성당은 1천200년 동안 단 6번 물에 잠겼는데, 이 가운데 네 번은 지난 20년 동안 발생했습니다.
이 때문에 이탈리아 정부는 수십억 달러의 예산을 투자해 해수 유입을 막을 '모세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모세 프로젝트는 가로세로 약 20m에 달하는 강철 상자 80여 개를 이용해 여닫이식 갑문 장치를 만드는 대공사입니다. 평소에는 바닷속에 누워 있다가 석호의 수위가 1m 이상 높아지면 상자 안에 공기가 주입되어 방벽처럼 세워지면서 바닷물의 유입을 막는 것입니다.

이 뿐만 아니라 몰려드는 관광객들로 베네치아를 떠나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관광객들의 숙박 수요 증가는 집값 상승을 부추겼고 이를 견디지 못한 주민들이 떠나는 것입니다. 거주자뿐만 아니라 채소가게, 빵집, 과일가게, 세탁소 등도 물가 상승을 이기지 못하고 떠났고 이 자리는 명품 매장과 다국적 브랜드들로 채워졌습니다. 뒷골목까지도 관광객을 위한 카페와 레스토랑이 들어서고 있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남아있는 주민들도 생필품을 구하기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결국 70여 년 전 15만 명이었던 베네치아 도심 인구는 5만 4천여 명으로 감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