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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경제] 고학력 백수 많은 한국, OECD "과잉 스펙"

<앵커>

권애리 기자의 친절한 경제 시작합니다. 권 기자, 우리가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도 가장 큰 걱정거리는 역시 청년 고용 문제인데요, 우리나라 청년 고용 문제에 대해서 OECD가 분석을 해서 자료를 내놨다고요?

<기자>

네. 특히 요즘 쌀쌀한 날씨에 여기저기 면접 다니고 있는 취업준비생들, 그리고 지켜보는 부모님들 그야말로 마음이 냉온탕을 왔다 갔다 하는 계절입니다.

우리의 청년 고용 뭐가 문제인지, 어떤 해법을 찾아야 할지 외부의 시선에서 들여다본 자료가 나와서 가져와 봤습니다.

안에서 보는 입장으로는 꼭 동감이 안 가는 부분도 있겠지만, OECD 다른 나라들과 상황을 비교해서 분석한 거니까요, 참고해 볼 수는 있겠습니다.

OECD가 진단한 한국의 청년 고용 문제는 한 마디로 과잉 스펙입니다. 일자리에 비해서 학력 수준이 대체로 과한 편이라는 거죠.

70%가 대학에 진학하는 우리나라는 OECD 모든 국가들 중에서 25세에서 34세 사이 청년층이 가장 고학력인 나라입니다. 그런데 그만큼 고학력 청년 실업자가 유독 많은 게 특징입니다.

직업이 없으면서 학업 중인 것도 아닌 사람을 '니트족'이라고 부르는데요, 이른바 청년 니트 중에서 대졸 이상의 학력을 가진 사람이 차지하는 비중 OECD 평균은 이게 18%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45%에 달합니다.

<앵커>

옛날에 가정이 어려워서 공부 못한 설움, 주변에 대학, 특히 좋은 대학 나온 사람들이 누리는 여러 가지 특권들을 본 우리 부모 세대들의 바람이 자녀들에게 투영된 게 아닐까 싶은데요, 어쨌거나 그렇게 대학을 나와서 취업이 된 경우에도 그때까지 공부한 것과 자신이 갖게 된 일자리가 잘 어우러지지 못하는 현상이 두드러진다면서요?

<기자>

네. 일단 취업자 입장에서는 공부를 더 오래 한 사람이 임금도 더 높아지는 이른바 학력의 임금 프리미엄이 분명히 있긴 하지만, 그런데 그 프리미엄이라는 게 OECD 평균보다 오히려 낮은 편으로 분석됐습니다.

교육에 들인 투자를 생각하면 공부한 거에 비해서 그렇게 보상이 큰 편이 아니다, 그리고 대학 등록금이나 학교를 다니느라 그 기간에 포기한 소득까지 생각하면 돈만 고려했을 때는 고등교육의 효용이 좀 적다고 할 수 있는 경우들이 보인다는 게 OECD의 진단이었습니다.

실제로 2017년 기준으로 전문대 졸업자의 29%, 대졸자의 18%가 고졸자 평균 임금보다 소득이 낮았습니다. 게다가 청년들의 이런 과잉 스펙 상황은 시간이 갈수록 더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사실상 청년 상당수인 대졸자의 44.5%, 그리고 대학원 졸업자의 78.5%가 현재 일자리에 비해서 자신이 공부한 수준이 과하다고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고졸자의 33%는 취직한 거에 비해서 공부를 덜 한 것 같다고 느끼고 있었던 반면에요, 첫 직장 근속 기간도 OECD 중에서도 짧은 편입니다.

평균 1.5년 앞의 통계들로 미뤄봤을 때 약간 마음에 안 드는 곳에 처음 입사해서 얼른 옮기려고 하는 모습이 그려지죠. 실제로 조건에 대해서 만족하지 못하거나,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게 주된 이직 사유였습니다.

그리고 학교에서 공부한 것과 본인의 일이 서로 일치하지 않는 비율 '전공 불일치' 비율이 거의 절반 수준이어서요. 이것도 OECD 평균보다 많이 높은 편이었습니다.

<앵커>

지금 말씀하시고 있는 이런 과잉 스펙 상황이 우리 경제, 우리 노동시장에 특히 별로 안 좋은 영향을 끼친다는 거죠?

<기자>

네. 이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OECD 어느 나라에서나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하는데요, 처음에 과잉 스펙으로 취직이 되면 그 영향이 좀 장기간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는 겁니다.

계속 직업 만족도도 떨어지고, 지속적으로 돈도 덜 버는 모습이 나타나기 쉽다는 게 OECD 진단입니다.

이 얘기는 지금의 우리나라 청년 과잉 스펙 상황이 결국 우리나라 고용의 질에 장기적으로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얘기죠. 우리 청년 고용이 긍정적으로 발전하는 방향도 이번 OECD 진단에서 분명히 짚었습니다.

특히 청년 임시직 비율이 꾸준히 줄고 있다는 점. 파트타임은 좀 늘고 있지만, 여전히 OECD 평균보다는 상당히 낮은 수준이라는 점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전반적인 청년 실업률이나 과잉 스펙 상태에는 작지 않은 문제가 보인다는 거죠.

OECD가 제시한 해법이 여러 가지인데요, 주된 해법은 고등학교 전에도 진로 지도를 빨리 시작하고, 고등학교 직업 훈련을 강화하고, 대학 교육의 질도 높이자는 겁니다.

그런데 사실 여기서부터는 우리가 평소에 얘기하길 꺼리는 것들을 먼저 얘기해야 한다는 필요가 느껴집니다. 이런 정책들이 실효를 거두려면 먼저 한국 사회가 정말 큰 전환이 필요해 보이죠.

[조영무/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대졸자와 고졸자 사이에) 임금뿐만이 아닌 향후 경로, 승진 상의 격차를 어떻게 줄여나갈 것인가. 특히 결혼과 같은 과정에서 극심하게 드러나는 사회적 인식에 대한 차이를 어떻게 바꿔나갈 것인가. 단순히 마이스터고에 대한 정부의 재정 지원을 늘린다든가 대학 교육의 질을 높이는 것만으로 해소될 수 없을 것 같고요. 우리 사회 전반의 여러 노력이 병행돼야 해결할 수 있다고 봅니다.]

<앵커>

네. 어떤 직업이나 이런 것들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 의식 그런 것들이 바뀌어야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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