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대통령 '성난 민심' 달래기…"유가 인상분 서민 위해 쓰겠다"

이란 대통령이 휘발유 가격 인상으로 악화한 민심 달래기에 나섰습니다.

하산 로하니 대통령은 생방송으로 중계된 내각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휘발유 가격 인상의 목표는 서민층과 저소득층을 돕는 것"이라며 "이번 인상으로 추가되는 정부의 수입은 100%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약속했습니다.

이어 "서민을 돕는 재원을 마련하는 방법은 세금을 올리거나 석유를 더 수출하거나 휘발유에 투입되는 보조금을 줄이는 세 가지 방법 외에는 없다"며 "휘발유 가격을 올려 정부가 휘발유에 쓰는 공공 지출을 줄이는 방법을 선택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석유수출은 (미국의) 제재에 직면했고 8년 전만 해도 석유수출로 벌어들인 돈이 연간 1천100억 달러였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며 "증세 역시 현재 상황엔 국민에게 부담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휘발유를 살 수 있는 양(월 60L)을 제한한 조처에 대해서는 "휘발유가 모자라는 게 아니"라며 "6년 전 이란의 생산량은 하루 5천600만L였지만 지금은 1억700만L로 자급자족할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휘발유 소비량이 매년 9% 이상 늘어 이런 추세라면 내년 초에는 자체 생산량을 초과해 휘발유를 수입해야 하고 이 때문에 외화를 써야 해 소비량을 조절하려고 상한량(월 60L)을 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란 대통령이 정책 배경에 대해 이렇게 자세하게 설명하는 것은 보기 드문 일입니다.

서민 생활에 직결되는 휘발유 가격 인상에 민심이 상당히 악화했다고 판단한 때문으로 보입니다.

이란 정부는 지난 15일부터 휘발유 가격을 50% 인상했습니다.

상한량 이상을 살 때는 200% 오른 가격을 줘야 합니다.

이 때문에 지난 15일부터 사흘간 이란 곳곳에서는 항의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로하니 대통령은 항의 시위에 대해 "정부 정책에 모두 만족할 수 없는 만큼 항의하는 일은 자연스럽고 국민의 권리"라면서도 "항의와 폭동은 다르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누구도 사회불안과 혼돈을 조성해서는 안 된다"며 "정부를 비판할 수 있는 국민의 권리를 악용해 은행과 관공서, 국영 방송국을 공격하는 일은 엄단하겠다"고 경고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