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독일식 과거청산…93세 된 나치 졸병에 살인 방조 5천230건 묻는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수용소 경비원으로 근무한 93세 남성이 독일에서 70년 만에 법의 심판을 받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독일 사법당국은 당사자와 피해자들이 고령인 만큼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재판을 온전하게 마무리하기 위해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이번 재판은 홀로코스트 생존자 30여 명이 전직 나치 친위대(SS) 대원인 브루노 다이(93)를 고소함에 따라 진행되고 있습니다.

다이는 10대 때 SS에 가입한 뒤 1944년부터 폴란드 슈투토프 강제 수용소에서 경비원으로 근무하며 5천230건의 살인을 방조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독일 법원은 내년 2월까지 23일에 걸쳐 재판을 진행하기로 하고 원고, 피고인의 건강 상태를 고려해 재판 시간을 하루에 2시간, 일주일에 이틀로 제한했습니다.

다이는 최근 독일 함부르크의 한 법원에서 열린 세 번째 재판에 휠체어에 앉아 자신의 얼굴을 서류철로 가린 채 출석했습니다.

그는 당시 출두에서 근무 당시 수용소에서 벌어졌던 유대인 집단학살을 전혀 알지 못한다는 주장을 되풀이했습니다.

다만, 다이는 수감자들이 가스실로 향하는 모습을 봤고 그들의 비명을 들었으며 가스실 철문이 덜컹거리는 모습도 목격했다는 사실은 시인했습니다.

슈투토프 수용소는 나치독일이 1939년 폴란드 북부 지역에 독일이 세운 이후 6만 명이 넘는 유대인과 폴란드인을 살해한 제노사이드(종족 집단학살)의 현장입니다.

나치는 총살과 굶기기, 한겨울에 벌거벗은 채 밖에 방치하기, 심장에 직접 유독물질 주입하기, 독가스실 감금 등 갖은 잔혹한 수단을 학살에 동원했습니다.

인디펜던트는 전직 나치 대원이 집단학살에 관여한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되는 일은 이번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고 전했습니다.

홀로코스트 가담자 중 아직 생존해있는 사람들의 나이가 90대에 이를 정도로 세월이 흘렀기 때문입니다.

이들에 대한 재판이 늦어진 이유는 전쟁 종식 후 전쟁범죄자 재판이 홀로코스트와 직접 연관된 고위 인사들만 겨냥했기 때문이라고 이번 소송 원고 측 변호인은 설명했습니다.

학살을 기획한 고위급 중범죄자들은 뉘른베르크 국제군사법정에 끌려 나왔고 다른 저급관리들은 별도 법원에서 재판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다이와 같은 수용소 경비원 등 구체적 범죄와 직접 연관되지 않은 이들은 아예 수사망에 잡히지 않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독일 사법당국에 나치 출신 인물들이 오래 남아 과거사 청산을 막기 위해 입김을 넣은 것도 홀로코스트 가담자에 대한 재판이 여태껏 미뤄진 원인으로 지적됩니다.

원고이자 홀로코스트 생존자인 치키 스히퍼(89)는 소송을 제기한 목적은 복수가 아니라 홀로코스트에 대한 기억을 보존하기 위해서라고 강조했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