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차단으로 생필품 공급 막혀…볼리비아 혼란 '악화일로'

볼리비아 사태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습니다.

한 달째 이어진 시위로 사상사가 700명을 넘어선 가운데, 모랄레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수도 라파즈로 향하는 주요 도로를 차단해 도시에 생필품 공급을 차단하고 나섰습니다.
멕시코로 망명한 모랄레스는 연일 트위터와 인터뷰를 통해 볼리비아로 돌아가겠다는 뜻을 전하고 있고, 자니네 아녜스 임시 대통령은 곧 선거와 관련한 소식을 발표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모랄레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볼리비아 수도 라파즈와 동부 농업지역을 잇는 도로를 일부 차단했습니다.

시위대의 도로 차단으로 라파스에 가솔린과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상케타 정유공장으로의 접근도 막혔습니다.

여기에 코카 나무 재배농들이 아녜스 임시 대통령의 '48시간 이내 사퇴'를 요구하면서 도로 차단에 가세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15일 이들이 라파스까지 행진하려는 것을 경찰이 막자 그에 대한 항의로 도로 봉쇄를 발표한 것인데, 당일 군경과의 충돌로 시위자 9명이 숨졌습니다.

당시 시위대는 코차밤바 진입을 위해 인근 군 검문소를 통과하려 하면서 군경과 충돌하기 시작했습니다.

군경은 이들에게 실탄과 최루탄을 발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생필품의 주요 공급로가 막히자 라파스 거리 곳곳에선 닭과 계란, 연료 등을 구하려는 시민들이 긴 줄을 이뤘으며, 주유소마다 기름이 공급되길 기다리는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습니다.

현재 정부는 항공기를 이용해 라파스에 물자를 실어 나르고 있습니다.

미주기구(OAS) 산하 미주인권위원회(IACHR)는 지난달 20일 이후 전개된 볼리비아 시위 사태로 최소 23명이 사망하고 715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했습니다.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EFE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달 대선 이후 지속하고 있는 볼리비아 시위 사태가 결국 내전으로까지 악화할 수 있다면서 "매우 두렵다"고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2006년 볼리비아의 첫 원주민 대통령으로 취임한 모랄레스는 지난달 20일 대선 승리를 선언했지만, 선거 부정 논란이 일면서 불복 시위와 퇴진 압박이 거세지자 지난 10일 사임했습니다.

하루 뒤인 지난 11일 멕시코로 망명한 그는 줄곧 자신이 쿠데타의 희생양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후 지난 12일 야당 소속 상원 부의장인 아녜스가 임시 대통령으로 취임한 가운데 현재까지 수도 라파스를 비롯한 볼리비아 곳곳에선 가난한 농촌 원주민들을 주축으로 한 모랄레스 지지 시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녜스 임시 대통령은 "매우 이른 시기에 주요 권한인, 투명한 선거 실시와 관련한 소식을 발표하겠다"고 공표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