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학생 돕고 싶다"…고인 된 老교수 뜻 담은 장학금

올해 초 세상을 떠난 한 대학교수 유족들이 '어려운 학생을 돕고 싶다'는 고인의 뜻을 이어받아 생전 그가 재직한 대학에 퇴직금을 쾌척했다.

17일 경희대에 따르면 올해 3월 별세한 이 대학 식품영양학과 고(故) 오세영 교수 유족들은 오 교수의 사학연금 퇴직급여 1억9천500여만원을 이달 초 학교에 기부했다.

1980년 이화여대 식품영양학과를 졸업한 오 교수는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귀국해 1995년부터 경희대에 재직하며 영양학 관련 연구와 강의에 매진했다.

지난해 말부터 몸이 좋지 않아 병원을 찾은 오 교수는 올해 1월 뇌종양 진단을 받았고, 약 2개월 후인 지난 3월 생을 마감했다.

오 교수는 생전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관심이 많았고, 이들을 위해 학교에 기부하고 싶다는 의사를 평소 유족에게 여러 차례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들은 고인의 뜻을 존중해 기부를 결정했다.

경희대 생활과학대학은 기부금을 기반으로 고인의 이름을 딴 '세영(世營) 장학금'을 만들기로 했다.

이 장학금은 내년부터 20년간 식품영양학과 학부생과 대학원생 중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지원될 예정이다.

오 교수의 동료들은 이번 기부가 그다운 결정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오윤자 생활과학대 학장은 "상담한 학생들을 하나하나 기억하고, 형편이 어렵다는 학생의 사연을 들으면 오래도록 마음에 담아두시곤 했다"며 "처음 만나서 돌아가시기 전 마지막으로 뵌 순간까지 항상 맑고 아름다웠던 분"이라고 회상했다.

장윤혁 식품영양학과 학과장은 "정년퇴임을 앞두고 은퇴 이후 삶에 대한 목표를 세우면서도 '불우한 학생을 돕고 싶다'고 말했던 분"이라며 "고인의 뜻이 학생들에게 큰 혜택으로 돌아갈 것 같다. 남은 교수들도 그 뜻을 깊이 간직하고 학생들을 가르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사진=경희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