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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적북적]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유치원에서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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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룸] 북적북적 216 :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유치원에서 배웠다?!

All I really need to know I learned in Kindergarten.

"어떻게 살 것인지, 무엇을 할 것인지, 어떤 사람이 될 것인지에 대해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을 나는 유치원에서 배웠다. 지혜는 대학원의 상아탑 꼭대기에 있지 않았다. 유치원의 모래성 속에 있었다."

작년 이맘때 유치원 문제로 전국이 시끌시끌했습니다. 일부 사립유치원의 비리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면서 내 주변, 내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은 괜찮은지, 비리 근절을 위한 대책은 없는지 뜨거운 관심이 쏟아졌습니다. 그럼에도 당시 발의된 이른바 '유치원 3 법'은 여야 이견으로 제대로 된 논의 한 번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오는 22일 이후 국회 본회의에 자동 상정되는데 과연 어떻게 될까요. 저마다의 이해관계와 그럴싸한 명분이 있었겠으나 한숨이 나오는 건 사실입니다. 우리는, 그들은 유치원 사태에서 뭘 배웠을까요. 그리고 유치원 시절에는 뭘 배웠던 걸까요.

오늘 함께 읽고 싶은 책은, 저를 비롯한 누군가에겐 추억의 책, 어떤 이들에겐 어디서 한 번 들어본 책, 혹은 처음 들어보는 책, 로버트 풀검의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입니다.

처음 출간된 뒤 1988년입니다. 30년이 조금 넘었는데 저는 90년대 초반쯤 읽었던 것 같습니다. 출간 뒤 34주간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고 97주간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올랐으며 103개국에서 31개 언어로 번역돼 1,700만 부가 팔렸다… 이런 홍보문구가 가리키는 건, 이 책에 대해 그 시절 많은 이들이 공감했다는 겁니다. 저자인 로버트 풀검은 목사인데 그의 유치원 입학식 연설이 회자되면서 '유치원 열풍'으로 이어졌다고 합니다. 1937년생인 작가는 책 출간 당시에는 오십을 갓 넘겼고 지금은 여든이 넘었네요. 제가 오늘 읽는 건 초판 이후 15년 뒤에 작가가 개정 보완한 개정판입니다. 60대에 고쳐 썼습니다.

유치원에서 도대체 뭘 배웠다는 걸까요. 작가가 다녔던 유치원이 특히 유별난 곳이었을까요. 영어유치원이었던 것만은 틀림없을 듯합니다만.

"이 세상에 사는 사람들 모두가 매일 오후 3시에 과자와 우유를 먹고 담요를 덮고서 낮잠을 잔다면 세상이 얼마나 좋아질지 생각해보라. 모든 나라가 사용한 물건을 제자리에 놓는 것과, 자신이 어지럽힌 것을 자신이 치우는 것을 기본 정책으로 삼는다면 어떻게 될지 생각해보라."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유치원에서 배운 것들을 계속 다시 배우게 된다. 강의, 백과사전, 성경, 회사 규칙, 법, 설교, 참고서 등 훨씬 복잡한 모습으로 말이다. 이렇게 생은 우리가 유치원에서 배운 것들을 제대로 아는지, 실천하는지 끊임없이 확인한다.... 지금까지 유치원의 가르침에 대한 부연 설명을 했다. 신조는 변하지 않았다. 예순다섯의 나이에도 나는 이 신조를 믿는다."

저는 작가가 말하는 '유치원에서 배운 것들' 중에 "매일 오후에는 낮잠을 자라"와 "경이로움을 느끼라"가 특히 와 닿습니다. 그런 걸 근데 다 유치원에서 배웠던 걸까요? 지금도 배우고 있을까요? 아무래도 작가가 좋은 유치원을 나온 게 아닌가 싶기도 한데… 1940년대 미국에서 설마요.

여기 '유치원에서 배운 것들'은 기본 중의 기본, 어쩌면 다 아는 뻔한 이야기라고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때때로 그 '기본'조차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고 느낄 때가 있기에... 그래서 더러 '심쿵'합니다.

"걱정 말게. 인내심을 가져. 시간이 지나면 자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좋은 사람이 될 걸세. 눈을 뜨고 살게. 판단은 유보해. 쓸모 있는 사람이 되게."

"자네 예산에는 즐거움을 위한 항목이 하나도 없네. 책, 꽃, 음악, 심지어 시원한 맥주 한 잔 할 돈조차 없어.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나눠줄 돈이 한 푼도 들어 있지 않아. 우리는 자네 같은 가치관을 지닌 사람은 돕지 않네."


"다음에, 시간이 있을 때, 혹은 사정이 괜찮으면, 그때는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하리라고 생각하며 자리를 뜨는 나 자신이 얼마나 싫었는지 모른다. 때로는 바보 같은 짓이 지혜로운 행동일 수 있다."

"너 테디베어 좋아하니?"
"네, 테디베어 좋아요."
"작고, 날아다니고, 머리에 깃털이 있는 테디베어 좋아하니?"
"네, 좋아요."
사람은 가끔 자신이 설교하는 것을 실천해야 한다.


요즘 가끔 아찔합니다. 제가 어느새 이른바 '기성세대' 취급받고 또 설사 그렇게 행세한다 해도 별로 이상하게 보지 않는다는 겁니다. 뭐가 잘못된 것일까요. 사는 게 팍팍해서이겠으나 예의 유치원 시절을 잊고 살아서 그런 걸까 싶기도 합니다. 이십여 년 만에 읽은 책인데도, 낡았다는 느낌보다 익숙한 듯 새롭게 느껴지는 건 제가 나이 들어서인 것도 같고 세월이 흘러 제가 이 책을 처음 썼던 작가의 나이에 다가가고 있어 더 울림이 커졌기 때문일 듯도 합니다.

저도, 저 물웅덩이에 뛰어들고, 테디베어에 날개를 달아주고 싶습니다.

*출판사 알에이치코리아로부터 낭독 허가를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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