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그러면서 경고도 잊지 않았다. 만약 북한의 이런 해석이 천진한 것으로 드러나고 한미군사훈련이 강행될 경우 "부득불 미국이 감당하기 어려운 충격적인 응징으로 대답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밝힌 것이다.
북한의 대미 경고가 한두 번이 아니지만, 이번 경고는 시점상 의미 있게 바라볼 부분이 있다. 지금은 올해가 가기 전에 북미대화가 재개되느냐 마느냐의 갈림길에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 북한은 한미훈련 중단을 강하게 촉구하면서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충격적 응징'을 하겠다고 언급했다. 한미훈련을 중단하면 북미 대화가 열리겠지만, 한미훈련을 강행하면 대화는 없다는 발언으로 들린다.
● 北, "美, 12월 협상 제안…흥미가 없다"
북한의 이런 분위기는 역시 14일 나온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 담화에서도 드러난다. 북미 실무회담 북측 대표인 김명길은 이 담화에서, 비건 미국 대표가 '12월 북미협상'을 제안했다고 공개하면서 지금 상황에서는 그러한 회담에 "흥미가 없다"고 밝혔다. 북한의 요구사항이 무엇인지 미국에 명백히 밝힌 상태인데, 미국이 아직 만족스러운 대답을 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언제 어디서라도 미국과 마주앉을 용의가 있다고 밝힌 점에서 대화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지만, 한미훈련 강행시 '충격적 응징'을 언급하면서 대화로 가는 길을 한 가지 외길로 차단한 느낌이다. 한미훈련을 할 것이냐 북미대화를 할 것이냐 양자 선택을 하라는 것이다.
● 한미-북, 외통수에 직면
북한이 외길을 선택하면서 한국과 미국도 외통수에 몰리게 되었다. 북미대화의 불씨를 살려보려면 한미훈련 중단에 대한 북한의 요구를 어느 정도 수용해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앞으로도 한미훈련을 재개하기가 어렵게 될 수 있다. 향후 한미훈련을 재개할 경우 북한이 약속 위반이라며 대화를 깨는 근거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반대로, 한미 당국이 한미훈련 실행을 선택한다면 북한은 대화 결렬을 선언하고 강공으로 나갈 가능성이 높다. '충격적 응징'이라며 뱉어놓은 말이 있기 때문이다. 올해 말로 제시된 협상시한을 앞두고 한미훈련이 최대의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