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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인 55% "인종차별 수용"…"온라인 헤이트 스피치 영향"

이탈리아인 사이에 인종 차별 의식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여론조사업체 SWG가 이탈리아인 1천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대상자의 10%가 인종차별은 언제나 정당화될 수 있다고 답했다.

상황에 따라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응답은 45%에 달했다.

절반 이상이 인종차별을 수용할 수 있다는 태도를 보인 것이다.

나머지 45%는 어떤 형태의 인종차별도 용인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SWG는 이런 여론조사를 매년 한 차례씩 시행하는데 이처럼 조사 대상자의 과반이 인종차별을 수용하는 결과가 나온 것은 10년 만에 처음이라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12일(현지시간) 전했다.

이러한 조사 결과에 대해 SWG 측은 인종차별에 대한 태도가 느슨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번 조사 결과로 이탈리아인이 인종차별주의자로 변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인종차별 행위를 부끄러운 것으로 여기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는 해석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태도 변화는 온라인상에서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특정 민족·인종·집단에 대한 공개적인 차별·혐오 발언)가 확산하는 현상에서 일정 부분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SWG는 지적했다.

이탈리아에서는 2차 세계대전 당시 홀로코스트(독일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에서 생존한 유대계 종신 상원의원 릴리아나 세그레가 소셜미디어네트워크 등에서 극우주의자에게 하루 평균 200여개의 모욕·살해 협박 메시지에 시달린 사실이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드러나 논란이 됐다.

이러한 공격은 그가 반유대주의와 인종차별 등을 다루는 특별위원회 설립안을 상원 표결에 부쳐 통과시킨 뒤 더 극심해졌고 결국 이탈리아 당국이 지난주 세그레에 대한 경찰 신변 보호를 결정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특히 당시 상원 표결에선 마테오 살비니가 이끄는 극우 정당 동맹(Liga)과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설립한 중도우파 성향의 전진이탈리아(FI), 또 다른 극우당 이탈리아형제들(FdI) 등 이른바 '우파 연합'이 일제히 기권해 논란을 불렀다.

우파연합의 '우두머리' 격인 살비니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밝혔으나, 인종차별에 기반한 증오 범죄에 의도적으로 눈을 감았다는 비판이 비등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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