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학능력시험을 하루 앞둔 13일, 응시 주의사항을 설명하던 교사의 말에 늦깎이 수험생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이날 만학도들을 위한 평생교육기관인 일성여고에는 다음날 수능을 치를 137명의 학생이 수험표를 받기 위해 모였습니다.
이들은 들뜬 표정으로 자리에 앉아 수능 준비물과 시험장에서의 주의사항 등을 꼼꼼하게 확인했습니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유의사항이 쓰인 스크린을 촬영하거나 영어 공부 내용이 적힌 공책에 받아적는 모습도 눈에 띄었습니다.
일성여고의 최고령 응시자 중 한 명인 하길순(77)씨는 "이날을 위해 4년 동안 공부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습니다.
하씨는 "초등학교를 졸업한 후 공부를 더 하고 싶었는데, 여자들은 (공부를) 안 시켜줘서 한이 맺혔다"며 "영어공부가 너무 재밌었다"고 말했습니다.
또 "사실 수시로 이미 합격한 대학이 있다"고 귀띔하면서 "수능을 그냥 넘어가기엔 아쉬워서 응시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삼삼오오 예비소집 장소로 이동하는 이들을 향해 수능을 보지 않는 일성여고 학생들은 "잘 보고 오라"며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작년부터 수능을 준비해왔다는 전가은(53)씨는 "시험을 앞두니 너무 떨린다"면서도 "한국사만큼은 잘 볼 수 있다"고 포부를 밝혔습니다.
전통조리학과를 지망한다는 전씨는 "가족들이 자랑스러워하며 그야말로 '팍팍' 밀어줬다. 내일은 소화가 잘되도록 계란말이랑 멸치볶음을 도시락으로 싸갈 것"이라며 활짝 웃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