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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경제] "마트 직송" "국민 가격" 얼굴 바꾼 유통 채널

<앵커>

친절한 경제, 권애리 기자와 함께 합니다. 권 기자, 온라인 쇼핑에 자리를 점점 내어주고 있는 백화점, 마트 같은 기존 유통 채널들이 최근에 전에 볼 수 없던 시도를 하고 있다고요?

<기자>

네, 작년까지를 기준으로 봤을 때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비율이 전체적으로 75%대 25% 정도, 3대 1 정도까지로 온라인이 올라왔는데요, 올해가 다 지나고 나서 집계를 해보면 7대 3 수준이 돼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통계청이 3개월마다 계산을 합니다. 그런데 온라인 쇼핑이 1년 전 같은 때보다 20% 안팎씩 성장하는 데 반해서, 오프라인의 비중은 점점 줄어듭니다. 그렇다 보니까 전에는 생각할 수 없던 모습들을 봅니다.

이번 주부터 한 대형마트에서 내걸기 시작한 문구입니다. 매장 곳곳에 '마트 직송'이란 팻말이 걸렸죠.

한 마디로 지금 손님은 오프라인 매장에 오셨지만, 여기는 온라인 배달이 될 수 있는 물건들의 전시장이기도 하다고 강조하는 모습입니다.

실제로 이 마트는 물론 매장에서 물건을 팔지만요, 점점 매장을 그 인근 지역으로의 온라인 배송을 위한 전시 창고로 사용하는 비중을 늘리고 있습니다.

'와서 보신 거 바로 배달된다.' 이게 '직접 사서 가져가세요' 보다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한 겁니다.

온라인 비중이 워낙 늘다 보니까 아예 방향을 전환한 거죠. 또 한 백화점은 이번 주에 본점 1층에서 화장품 매장을 아예 빼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아직은 방문해서 사가는 사람들이 많은 명품 매장들로 대체될 예정입니다. 명품은 비싸긴 해도 화장품 매장보다 입점 수수료 비중이 훨씬 적습니다.

그래도 워낙 온라인 판매가 늘어나는 데다가 H&B 스토어라고 부르는 화장품-건강 식품 매장들에도 밀리기 시작한 화장품을 얼굴 1층에 배치하는 시대는 지나기 시작했다고 판단한 겁니다.

<앵커>

백화점 1층이 일단 바뀌고 있다는 말씀인 것 같은데, 그리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좋기는 하지만 온·오프라인 간의 가격 경쟁, 최근에 엄청하지 않습니까. 저마다 최저가를 외치고 있던데 누가 최저가인가요?

<기자>

품목마다 다르기는 합니다. 그런데 온라인 판매라는 게 편리하기도 하지만 그야말로 이론적으로는 전 세계를 내 휴대폰 안에서 보면서 제일 싼 걸 선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그렇다 보니까 손님이 일단 직접 가지 않으면 장사를 할 수 없는 오프라인 매장들도 '우리가 제일 싸다. 와달라' 전략을 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올 들어서 시작된 마트들의 초저가 경쟁이 이것 때문입니다. 한 대형마트에서 판매하기 시작한 4천900원짜리 와인이 큰 화제였죠.

이게 팔리기 시작한 지 어제(12일)로 정확히 100일이 지났습니다. 84만 병이나 팔렸습니다. 이걸 사간 사람들의 55%는 지난 반 년 동안 이 대형마트에서 와인을 한 번도 산 적이 없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안 팔린다. 안 온다' 하지만 가격을 낮추니까 그렇지 않더라. 비로소 수요와 공급이 만났다고도 얘기할 수 있겠습니다.

이른바 '국민 가격', '10년 전 가격' 이런 식의 저가 경쟁은 다른 품목들에서도 나타납니다. 일단 최근에 모든 대형 마트들이 생수 가격을 낮춰서 물 경쟁을 하고 있고요.

화장지, 샴푸 같은 생필품이나 치킨, 식빵처럼 눈에 띄는 먹는 거 위주로 대표 저가 상품들을 내놓고 '그러니까 와달라'는 판촉들을 하고 있습니다. 그랬더니 와서 삽니다.

마트들이 본격적으로 저가 경쟁에 다 같이 뛰어든 게 올 3분기인데요, 2분기에 기록했던 마트들의 적자 폭이 줄어들거나 이익을 좀 내기 시작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앵커>

이런 저가 경쟁이 최근 오르지 않아서 걱정이라는 우리 물가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요?

<기자>

네, 최근에 소비자물가지수를 낮추는 데 영향이 있었던 것으로 봅니다. 요즘 물가가 계속 잘 안 오른다고 발표되죠.

이게 소비가 부진한 측면도 있지만,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쟁을 통해서 저렴해지는 물건들이 있는 것도 작용했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서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 계산에서 샴푸, 바디워시, 염색약 같은 생필품류의 여러 공산품 가격이 지금 물가를 계산하는 기준이 되는 2015년 가격보다도 전반적으로 내려가 있었습니다.

온라인과 마트들의 상시 할인 경쟁이 영향이 있었던 것으로 봅니다. 일각에서는 출혈경쟁이라는 말도 하지만요.

쉽게, 저렴하게, 광범위하게 둘러보면서 할 수 있는 온라인 쇼핑의 비중이 점점 커지는 상황에서 결국 파는 쪽의 경쟁을 통해서 소비자들이 동의하는 가격선이 새로 만들어지는 품목들이 있다는 상황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시장의 모습을 앞으로도 계속 바꿔나갈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쟁은 이제 2라운드라고도 얘기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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