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망명 모랄레스 "투쟁 이어갈 것"…볼리비아는 혼돈 지속

대선 부정 논란 속에 물러난 모랄레스 전 볼리비아 대통령이 망명지인 멕시코에 도착했습니다.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현지 시간 12일 낮 멕시코 공군 항공기를 타고 수도 멕시코시티 국제공항에 내렸습니다.

사임 발표 이틀 만에 멕시코에 도착한 모랄레스는 푸른색 반소매 티셔츠를 입은 채 다소 초췌한 모습이었으나 미소와 함께 손을 흔들며 비행기에서 내렸습니다.

도착 직후 기자들 앞에 서서 "목숨을 구해줬다"며 멕시코 정부와 오브라도르 대통령에 대한 감사 인사로 말문을 열었습니다.

또 자신이 지난달 대선에서 승리했음에도 쿠데타로 축출됐다는 주장을 고수하며 볼리비아에서 자신을 겨냥한 공격이 잇따랐다고 말했습니다.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그러면서 "살아 있는 한 정치를 계속하겠다. 살아 있는 한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습니다.

2006년 볼리비아 첫 원주민 대통령으로 취임해 14년 가까이 집권한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4선 연임에 도전한 지난달 대선에서 부정 의혹이 불거지면서 퇴진 압력이 거세지자 지난 10일 사퇴 의사를 밝혔습니다.

미주기구(OAS)가 선거에 부정이 있었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한 데 이어 군 수장까지 나서서 퇴진을 종용하자 백기를 든 것입니다.

멕시코 정부는 모랄레스 퇴진이 쿠데타라고 비판하며 망명을 제공하겠다고 했고, 이를 받아들여 곧바로 모랄레스가 망명을 신청하면서 속전속결로 망명이 이뤄졌습니다.

멕시코행 비행기를 타기 전까지 행방이 묘연했던 모랄레스는 자신의 트위터에 '사임 후 첫날밤'이라며, 허름해 보이는 곳의 바닥에 얇은 담요를 깔고 누워있는 사진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망명 여정도 쉽지 않았습니다.

볼리비아 정부가 처음에 멕시코 공군기 진입을 막고 일부 국가들도 영공 통과를 바로 허용하지 않아 멕시코 도착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모랄레스 전 대통령과 함께 알바로 가르시아 리네라 전 부통령, 그리고 모랄레스의 여동생으로 추정되는 가족이 함께 도착했습니다.

앞서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모랄레스에게 망명을 제안하라는 지시를 자신이 직접 내렸다고 밝혔습니다.

14년을 이끈 지도자가 쫓기듯 외국으로 간 볼리비아는 극심한 혼돈 상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수도 라파스 등 볼리비아 곳곳에서는 모랄레스 지지자들의 항의 시위가 이어졌습니다.

군의 통제로 방화나 약탈 등 소요사태는 다소 진정된 상태입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