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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사체 부풀고, 냄새 진동"…핏물로 물든 민통선

<앵커>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을 막기 위해 경기 북부와 인천 4개의 시·군에 돼지가 모두 살처분됐죠. 그런데 청정지역인 민통선이 돼지 핏물로 물들고 있습니다.

돼지 사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것인데, 서쌍교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기자>

경기도 연천군 중면 민통선 앞의 한 계곡입니다.

민통선 안으로 들어가려는 15톤 트럭 20여 대가 대기하고 있습니다.

대기 중인 트럭에는 죽은 돼지가 가득 실렸습니다.

연천군에서 살처분한 돼지 15만 마리 가운데 4만 7천 마리를 민통선 안에 매몰하는 것입니다.

[이승구/연천군 홍보팀장 : 이것을 다 개인 땅에 묻을 수 없고 공여지를 찾다 보니까 거기를 찾은 거예요.]

죽은 돼지는 부풀어 올라 트럭의 뚜껑이 반쯤 열렸고, 사체는 무방비 상태로 드러났습니다.

트럭 속의 썩어가는 사체에서 핏물이 줄줄 흘러 바닥으로 쏟아지고, 고약한 냄새까지 진동합니다.

지난 며칠간 수백 대의 트럭에서 배어 나온 핏물은 실개천으로 흘러들었습니다.

냇가 가장자리에 생석회를 뿌려놨지만 여전히 핏물이 흘러내리고 오르막 도로까지 벌겋게 물들였습니다.

[전갑순/주민 : (매일) 100여 대가 넘게 이렇게 밀려서 들어오니 이제 어떻게 하면 좋을지…]

매몰지에서 침출수가 흘러나와 인근 하천을 오염시켰습니다.

[민통선 농민 : 더러운 물이 흘러서 말도 못해요. 아주 그냥 핏덩어리가 막 있고, 지금 상수원까지 내려갔을 거예요.]

하천에는 일반인의 접근을 차단한 채 난데없는 준설 작업이 한창입니다.

침출수가 비치는 걸 희석하는 것입니다.

연천군은 앞으로 2~3일 내에 매몰작업이 끝날 것이라고 하지만, 매몰지에는 죽은 돼지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DMZ 근처 민통선에 살처분한 돼지를 들여와 묻는 자체가 초유의 일입니다.

연천군은 정부의 지침에 따른 조치라고 해명했는데, 정부가 스스로 청정지역 민통선 안을 오염시켰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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