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하면 괜찮은 것 같은데 왜 내 삶은 엉망인지 모르겠다’
1982년에 태어난 김지영 씨는 자신의 삶을 돌이켜보며 이렇게 반문합니다. 한때 번듯한 직장을 다녔던 그녀는 사랑하는 남편 대현과 결혼한 뒤 딸 지원을 낳아 전업주부가 됩니다. 이 정도면 편안한 삶 아니냐고, 불평하지 말라고, 누군가는 말할 수 있지만 어찌 된 일인지 김지영 씨는 하루하루 무너져 갑니다.
영화 ‘82년생 김지영’은 30대 전업주부 김지영 씨의 삶을 통해 유리천장, 경력단절, 독박육아 등 여성이 겪는 수많은 차별을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남성 육아휴직에 대한 이야기도 비중 있게 다루며, 결국 젠더 갈등은 남녀가 손을 잡고 함께 넘어야 할 구조적인 문제라는 걸 지적하고 있습니다.
개봉 전 이른바 ‘온라인 평점 전쟁’까지 벌어졌던 이 영화는 개봉 첫날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고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영화를 둘러싼 뜨거운 반응은 이 영화가 그동안 우리 사회가 필요로 했던 화두를 제대로 던졌음을 증명합니다. 남은 건 서로에 대한 이해와 대화하려는 노력. 대한민국의 수많은 ‘김지영’에게 어제보다 더 나은 내일이 찾아올까요.
◆ 김지혜 SBS funE 연예기자

소설에서 남편 대현은 방관자에 머물렀지만, 영화에서는 더욱 적극적으로 지영의 복직과 육아를 도와주려고 노력합니다. 특히 김지영뿐만 아니라 김지영의 엄마 오미숙, 직장 상사 김 팀장 등 다양한 여성의 삶을 그렸는데요, 전통적인 성 역할을 강요받으며 사회적 편견과 싸워온 여성 다수의 목소리를 담아내며 공감의 폭을 넓혔습니다.
(취재: 김지혜 / 기획 : 한상우 / 구성 : 조도혜, 이소현, 김휘란 / 촬영·편집 : 이홍명, 이은경, 박승연 / 그래픽 : 오언우, 감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