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인권 존중이 軍 전투력 약화?…연구 결과는 달랐다

이경원 기자 leekw@sbs.co.kr

작성 2019.11.05 20:39 수정 2019.11.05 22:04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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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박찬주 전 육군 대장은 어제(4일) 기자회견 자리에서 인권을 강조하다가 우리 군의 전투력이 약해졌다는 말도 했습니다. 상관의 지시를 따라야 하는 군대라는 조직에서 인권을 강조하는 건 문제가 있다는 취지로 말한 겁니다.

그 생각이 맞을지 이경원 기자가 사실은 코너에서 짚어봤습니다.

<기자>

[박찬주/前 육군대장 (어제) : 군대의 특성을 무시한 인권이 무분별하게 들어와서 지휘권을 행사할 수 없는 수준까지 도달하게 됐습니다.]

우리 군대는 민병대와 다름없다며 이런 말도 했습니다.

[박찬주/前 육군대장 (어제) : 17시 일과 종료가 되면 병사들은 자동적으로 내무반으로 들어가고, 소대장과 선임하사들이 남아서 뒷정리를 한다는 겁니다.]

박찬주 전 대장의 주장을 미국 사례를 들어 짚어 보겠습니다.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군에서는 이른바 '프래깅'이라는 게 기승을 부렸습니다.

프래깅, 마음에 들지 않는 상관 죽이려고 막사에 수류탄 던지는 전쟁 범죄입니다.

미군이 베트남에서 완전히 철수한 1973년까지 최소 904건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일부에서는 미국 사회 내 반전 운동이나 군대 내 인종 갈등을 프래깅의 원인으로 꼽기도 하지만, 사병 인권에 둔감했던 과도한 군사 규율이 핵심 원인이라는 연구 결과가 많습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미군은 전쟁이 진행 중이던 1971년, 사병에게 수류탄 지급을 중단하는 극단적인 대책을 내놓습니다.

그러자 사병들은 암시장까지 가서 수류탄을 구해 일을 벌였다고 합니다.

미국에서는 이런 상황에 대한 연구들이 많은데 대부분 이걸 베트남 전쟁의 패인 가운데 하나로 분석하고 하고 있습니다. 사병들의 반란입니다.

군대 내 인권 경시 풍조는 전투력까지 현격히 떨어뜨린다는 교훈을 뼈저리게 깨달은 미국 정부, 결국 전쟁 직후 징집제 폐지를 포함한 군 인권 보호 대책을 내놨습니다.

우리 군도 가혹행위 사건이 잊을 만하면 나오는데 비인권적 병영 풍토에서는 강한 군대, 헛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영상편집 : 조무환, CG : 이경문)

(자료조사 : 김혜리·이다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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