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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종 자소서에 수상실적 못 적게 하니 "우수한 결과" 꼼수

학종 자소서에 수상실적 못 적게 하니 "우수한 결과" 꼼수
"교외 경시대회 수상실적을 학생부종합전형(학종) 자기소개서에 적지 말라고 했더니 '우수한 결과를 거뒀다'고 썼다." 교육부가 5일 발표한 서울대 등 13개 대학 학종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자기소개서나 교사 추천서에 '기재금지사항'을 적은 경우가 2019학년도에만 366건이었습니다.

교육부는 "2019학년도부터 기재가 금지된 '사회·경제적 지위'를 적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학종 자소서와 추천서에는 지원자 본인 및 부모의 이름과 출신고교를 비롯해 사회·경제적 지위를 암시하는 내용, 토익 등 공인어학시험 성적, 학교가 아닌 외부기관이 주최한 수학·과학·외국어 경시대회 수상실적, 논문이나 어학연수 이력 등 학교생활기록부 기재금지사항 등을 적을 수 없습니다.

자소서와 추천서 기재금지사항을 지키지 않으면 불합격 등 불이익이 주어집니다.

이번 조사에서는 불이익을 피하고자 기재금지사항을 직접 언급하지 않고 '암시'하는 여러 편법이 드러났습니다.

한 학생은 "한국청소년과학올림피아드에서 우수한 결과를 거뒀다"고 써서 해당 경시대회에서 상을 받았다고 암시했습니다.

수상실적을 쓰지 말랬더니 '상을 받았다'는 표현만 피한 것입니다.

수학·과학·외국어 등 '교과' 관련 수상실적만 기재가 금지된다는 점을 노려 발명·창업과 관련해 상 받은 기록을 쓴 학생도 있었습니다.

어떤 학생은 자소서에 아버지와 함께한 경험을 적으면서 "작은 기업을 경영하신 아버지"라는 표현을 넣어 사회·경제적 지위를 암시하는 내용을 넣지 말라는 규정을 피해갔습니다.

이번 조사에서는 자소서를 표절했다고 추정되는 경우도 228건 확인됐습니다.

검증시스템에서 유사도가 5∼30%인 B수준 표절이 205건이었고 유사도가 30%를 넘는 C수준 표절은 23건이었습니다.

기재금지 위반과 표절에 대한 대학들의 대처는 미흡했습니다.

우선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운영하는 시스템은 기재금지사항 중 공인어학시험 성적이나 교과 관련 수상실적을 적은 경우만 검출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3개 대학은 자체 프로그램을 사용했으나 나머지 대학은 사람이 직접 기재금지 위반 여부를 판단했으며 대학별로 판단기준도 달랐습니다.

일부 대학은 기재금지 위반이나 표절을 확인하고도 지원자를 불합격처리 하거나 점수를 깎는 등 불이익을 주지 않고 자소서·추천서를 평가에 미반영하거나 평가자에게 기재금지 위반이나 표절 사실을 안내하는 정도에 머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특히 한 대학은 자소서를 표절한 지원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대신 평가자에게 표절 사실을 안내하기만 해 2016∼2018년 8명이 표절 자소서로 합격했습니다.

교육부는 "교사 추천서에 기재금지사항이 적힌 경우에 대해서는 대부분 대학이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실태조사를 받은 대학들의 2019학년도 학종 지원자가 17만 6천여 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기재금지 위반과 표절이 절대적으로 많다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적은 수의 기재금지 위반과 표절사례도 이미 실추된 학종 신뢰도를 더 하락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가벼이 여길 문제는 아니라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더구나 2주간의 짧은 조사로 기재금지 위반과 표절사례를 모두 적발해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교육부도 "대학들로부터 모든 지원자의 자소서와 추천서를 받았으나 시간이 부족해 일일이 보진 못했고 '키워드 검색' 방식으로 조사했다"고 밝혔습니다.

몇몇 고등학교가 고의로 학생부 기재금지 규정을 어긴 것도 이번 실태조사에서 확인됐습니다.

한 고교는 교외 경시대회 이름과 수상실적을 별도의 목록을 만들어 학생부에 적었고 다른 고교는 "봉사단체에서 공로를 인정받았다"고 적어 봉사활동 특기사항을 적지 말라는 지침을 위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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