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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잇] 유튜브 전성시대, '기술'과 '독창성'의 가치

이세형 | 퓨전 재즈밴드 '라스트폴'의 기타리스트

[인-잇] 유튜브 전성시대, '기술'과 '독창성'의 가치
유튜브 열풍 속에 기타 연주에도 가히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예전에는 외국에서 겨우 구할 수 있는 음반이나 공연 실황을 바로 듣고 볼 수 있게 되었으며, 비싼 돈을 내고 받을 수 있는 기타 레슨도 동영상으로 쉽게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유튜브에서 전 세계 기타 연주자들의 연주 동영상을 보면, 내가 그 나이 때는 알 수조차 없었던 좋은 곡들을 완벽한 기교로 연주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저 나이에 저게 가능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연주하는 아주 어린 친구들의 동영상도 쉽게 볼 수 있는데, 그럴 때 사람들의 입에선 "완전 프로네, 프로" 같은 말이 튀어나온다.

프로페셔널과 아마추어를 가장 쉽게 나눌 수 있는 영역은 주로 예체능이다. 일반 사람들이 취미로 즐기는 운동, 예술 활동을 본업으로 삼아서 그것을 통해 경제활동을 하면 우리는 프로라고 부른다. 프로라고 하면, 아마추어 입장에서 돈을 내고서라도 볼 수 있는 경지에 이르러야 한다.

기타도 마찬가지이다. 기타 연주를 순수하게 즐기면 아마추어, 자신의 연주를 통해 경제활동을 하면 프로가 된다. 하지만 요즘처럼 본인이 노력만 하면 방대한 정보를 쉽게 받아들여 순식간에 프로 수준의 연주자가 쉽게 될 수 있는 시대에는 과연 프로와 아마추어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고민에 빠지게 된다.

오프라인에서 프로와 아마추어는 아직까지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구분된다. 기타 연주와 관련되어 돈을 지불하는 경우는 음원(음반) 구입과 공연 관람인데, 여기에서 연주하는 사람이 곧 프로 연주자라고 할 수 있다.

프로 기타리스트의 영역은 다시 두 부류로 나눌 수가 있는데, 다른 아티스트의 음악에서 기타 파트를 순수하게 연주만 해주는 세션(session) 기타리스트와, 기타라는 악기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아티스트(artist)이다. 유명 가수의 음반이나 뮤지컬 공연장에서 연주하는 사람이 전자에 해당하며, 자신의 솔로 기타 앨범을 내거나 오리지널 곡을 연주하는 밴드에서 활동하는 기타리스트가 후자에 해당할 것이다.

세션 기타리스트는 다른 사람의 곡을 악보로 보고 그 자리에서 바로 연주해낼 수 있는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남들이 못 치는 어려운 테크닉의 곡 하나를 잘 칠 수 있는 능력보다는 악보에 그려진 대로 정확하게 연주하거나 원작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느낌을 추가해 줄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된다.

아티스트의 기타 연주는 세션 기타리스트와는 조금 다르게 바라봐야 한다. 대부분의 아티스트 기타리스트의 연주 실력은 세션 기타리스트와 별다를 바 없거나 그 이상이기는 하지만, 그 능력이 필수로 요구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유명 밴드의 기타리스트가 악보를 읽는 능력이 부족하거나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연주할 수 없다고 해서 우리가 그들을 아마추어라고 부르지는 않기 때문이다. 자신만의 스타일로 대중에게 어필하는 연주를 하면 그 역시 프로 기타리스트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프로와 아마의 구분은 유튜브 같은 온라인 환경에서는 조금 달라진다. 오프라인에서는 기타의 연주 실력이 프로와 아마추어를 구분할 수 있는 기준이 되는 반면 온라인에서는 상황에 따라 많은 변수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특히 유튜브에서 기존 곡을 커버하는 영상을 올리는 기타리스트를 어떻게 봐야 할지 고민스럽다.

유튜브에서 원곡을 완벽하게 연주하고 광고를 붙여서 돈을 벌면 경제적 관점에서 그는 프로 기타리스트이다. 하지만 여기서 생각해야 하는 개념이 저작권이다. 원곡과 똑같은 편곡으로 카피하듯이 연주만 했다면 그 동영상으로 발생한 수익의 대부분은 저작권 및 판권을 가진 원작자와 음반회사로 귀속되는 것이 유튜브의 정책이다.

심지어 원작자가 본인의 곡을 온라인에서 다른 사람이 연주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면 이 영상들은 바로 삭제된다. 이러한 점에서 본인이 순수하게 뽐내려고 영상을 만들었거나 그 영상을 통해 경제적 이익을 추구했거나 상관없이 그들을 프로라고 부르기에 애매한 부분이 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프로 연주자들이 기존의 유명한 곡을 연주한 동영상을 올릴 때에는 연주가 가능한 곡들 중에서 본인만의 스타일로 완벽하게 편곡을 바꾼 것들을 올리는 것이다. 물론 이 경우에도 이익의 상당 부분은 원작자에게 돌아간다.

결국, 오프라인에서는 연주 실력과 독창성 둘 중 하나만 인정을 받아도 프로가 되는 반면 온라인에서는 기술적인 연주 실력만으로 프로라고 부르기엔 애매한 시대가 되고 있다. 기술과 정보의 발달로 이루어진 연주 실력의 상향 평준화는 결국 '연주 실력' 자체의 가치가 내려가는 의도치 않은 현상을 초래했다. 기타 연주도 프로가 되기 위해서는 '독창성'을 더 요구하는 시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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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잇 사람과 생각을 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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