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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정권 검열에 '싹둑' 잘린 영화 장면들…최초 공개

<앵커>

약 20년 전까지만 해도 영화 한 편을 극장에 걸기 위해서는 사전심의를 거쳐야 했습니다. 창작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했던 군사정권 시절의 통제수단이었는데, 당시에 삭제당했던 영화 속 장면들이 처음으로 공개됐습니다.

김영아 기자입니다.

<기자>

1970년대 영화 검열실을 재현한 작은 방.

떨리는 손으로 빛바랜 서류들을 넘겨보는 이는 한국 영화계의 대선배들입니다.

애니메이션 똘이장군부터 임권택 감독의 서편제까지, 실제 극장에는 걸리지 못했던 장면들입니다.

['오발탄' (1961, 감독 : 유현목) : 저 양 떼를 따라가야지.]

대사가 선동적이라는 이유로 싹뚝.

['바보들의 행진' (1975, 감독 : 하길종) : 이 세상에 믿을 게 어디 있니?]

사회를 부정적으로 묘사했다고 싹뚝.

['자유부인' (1965, 감독 : 한형모) : 마담! (왜 이러는 거야?) 아이 러브 유!]

내용이 선정적이라고 또 싹뚝.

87년 민주화 항쟁 이후 96년 영화 사전심의 위헌 결정 전까지 검열로 잘려 나간 영화는 한국영상자료원이 확보한 것만 960여 편에 달합니다.

그 가운데 일부가 디지털 전환 작업을 거쳐 일반에 최초로 공개됐습니다.

[김수용/감독 : 검열이 우리를 괴롭히지 않았으면 우리 영화는 30년에서 50년을 더 앞질러 갔을 거예요. 봉준호가 50년 전에 태어났을 거라고요.]

군사정권이 주도한 검열 관련 문서, 기록들은 공개된 것만 4천 건이 넘습니다.

[이장호/감독 : 저는 검열을 의식한 적이 없어요. '이 장면은 검열에 걸리겠지' 이런 잣대를 내가 나 스스로에게 내려버리면 햇빛을 보지 못하거든요.]

이런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우리 영화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이끌어 낸 건 영화인들의 뚝심이었습니다.

(영상취재 :박대영, 영상편집 : 오영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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