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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뒷말 무성한 트럼프의 작전상황실 사진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조직, IS의 수괴 알바그다디 체포 작전을 둘러싼 트럼프 대통령의 자화자찬을 놓고 뒷말이 무성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대 발표가 있을 거라며 사전 예고까지 하면서 언론의 호기심을 증폭시켰고, 백악관은 작전 당시 백악관 상황실(Situation Room)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그런데 이 사진이 오히려 논란을 키웠습니다.
트럼프 미 대통령 상황실
사진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정중앙에 자리 잡고 있고 사진 왼쪽으로 펜스 부통령과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오른쪽으로는 에스퍼 국방장관, 밀리 합참의장과 에반스 국방부 특수전 및 대테러담당 부국장이 앉아 있습니다. 모두가 정장에 넥타이를 매고 있고 군 지휘관들은 정복 차림입니다. 작전이 진행 중인 상황이라 그런지 긴장한 표정이 역력하고 일부는 경직된 모습으로 사진 오른쪽을 응시하고 있습니다. 특히 두 명의 현역 군인은 두 손을 모은 채 속된 말로 '각을 잡고 있는' 모습입니다. 아마도 상황실에 설치된 모니터를 보고 있는 걸로 추정이 됩니다. 단 한 사람, 펜스 부통령은 나머지 5명과는 달리 사진 왼쪽을 응시하고 있어서 이채롭습니다.
오바마 전 미국 대통룡 상황실
이 사진은 8년 여 전 오바마 대통령이 백악관 상황실에서 빈 라덴 사살 작전을 지켜보는 사진과 비교되면서 논란을 낳았습니다. 빈 라덴은 2001년 9·11 테러의 배후로 지목된 알카에다의 지도자로 10년 간 미국의 추적을 받다 2011년 사살됐습니다. 당시 상황실 사진을 보면, 화면 중앙엔 대통령이 아니라 웹 사령관이 앉아 있습니다. 웹 사령관은 현장 지휘관과 계속해서 교신을 하고 있었다고 하고요, 그런 사령관에게 오바마 대통령이 자리를 내준 것이죠. 참석자들의 복장도 자유로워 오바마 대통령은 폴로 셔츠에 점퍼를 걸쳤고 바이든 부통령은 노타이 셔츠 차림입니다. 참석자들이 사진 왼쪽 모니터를 응시하고 있는 가운데 힐러리 국무장관은 뭔가를 보고 놀란 듯 손으로 입을 가리고 있습니다. 일회용 종이컵이 여러 개 놓여있는 걸 보면 상황이 꽤 오랜 시간 진행 중이라는 점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이 사진을 촬영했던 당시 백악관 전속 사진사 수자(Souza)는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 상황실 사진의 연출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수자는 "보도된 것처럼, 이번 군사 작전은 워싱턴 시각으로 오후 3시 30분에 이뤄졌다"면서 "그런데 카메라 메타데이터의 사진 촬영 시각은 오후 5시 5분 24초"라고 주장했습니다. 작전 시작 이후 1시간 35분이 지나 찍힌 사진이라는 겁니다. 이 트윗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작전이 끝난 뒤에 상황실에서, 마치 작전 진행 중에 찍은 것처럼 연출했다는 의혹이 트위터 상에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습니다.

이런 의혹에 기름을 부은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골프 라운딩 기록입니다. 작전 당일인 지난 26일 토요일, 트럼프 대통령은 버지니아주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장에서 오후 3시 33분까지 골프를 친 걸로 알려졌습니다.
자료출처 : snopes.com
(자료출처 : snopes.com)
백악관 출입기자의 기록으로도 오후 4시 18분에 트럼프 대통령을 취재하던 기자단이 백악관으로 복귀했다고 돼 있습니다. 이런 자료들이 곁들여지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골프를 치던 중 작전이 시작됐고, 보고를 받은 트럼프 대통령이 부랴부랴 백악관으로 복귀하고 난 뒤에 참모들을 불러 모아 사진을 찍었다는 이른바 '연출설'이 퍼진 겁니다.

하지만 백악관은 이런 의혹을 정면으로 부인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날 발표장에서 "전날 오후 5시에 상황실에 모였다"면서 "하루 종일 비화폰(secure phone)으로 연락하고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자신이 (골프 라운딩을 마치고) 백악관에 도착한 이후에야 상황실에 모였고, 그 이전에도 참모들과 계속해서 작전 상황을 논의했다는 주장입니다. 연출설의 진원지였던 수자도 한발 물러섰습니다. 후속 트윗을 통해 "상황실 사진이 연출됐다고 말하지 않았다"면서 기존의 트윗을 철회했습니다. 그러면서 "(사진 메타데이터 시점인) 오후 5시 5분에도 작전이 진행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사진에 대한 명확한 결론은 실제 작전 일정표가 공개되면 가려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에도 이런 논란이 급속하게 힘을 얻은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오바마 전 대통령을 깎아내리기 하려는 시도들과 연관돼 있다는 게 중론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에 사망한 알바그다디가 "빈 라덴보다 거물이자 가장 사악한 인물"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상황실 사진 공개도 '내가 오바마보다 못한 게 없지 않냐?'는 과시의 산물로 보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내 전화는 받는다"며 관계를 자랑하면서 "오바마는 11번이나 김 위원장과 통화하려다 실패했다"는 미확인 주장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무리수로도 비치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언행들은 오바마 전 대통령이 속한 민주당 주도의 탄핵 조사로 내년 대선 가도에 먹구름이 끼자 이를 돌파하려는 궁여지책으로도 해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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