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현 기자 : 자 이번에 우리가 다룰 사건은 진범 논란이 큰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입니다. 1988년 9월 화성 진안리에 있는 자기 집에서 여중생 1명이 성폭행당한 뒤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인데, 10개월 만에 근처에 살던 농기계 수리공 윤 씨가 범인으로 검거됐습니다.
이춘재가 이 '8차 사건도 내가 저지른 사건이다' 라고 한데다 윤 씨마저 '당시 자백은 고문에 못 이겨 한 것이었다' 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각자 어떤 취재 포인트가 있을지 이야기해봅시다.]
[강민우 기자 : (사건 담당 형사들이) 지금 현직이 아니라서 이걸 찾아가려면 완전 발품 팔아서….]
[정다은 기자 : 검사나 그때 판사로 일했으면 지금은 변호사로 근무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고정현 기자 : 그럼 민우 씨가 당시 수사 담당자들을 한 번 인터넷 등을 뒤져서 찾아보고, 다은 씨가 윤 씨 관련 사람들을 청주 가서 만나보고 나는 기소부터 재판과정까지 담당했던 사람을 만나보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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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브스 CSI 팀은 재심을 준비 중인 윤 씨가 당시 고문 형사로 지목한 장 씨를 찾아 나섰습니다.
먼저 장 형사가 마지막으로 근무했던 파출소를 찾아갔습니다.
[경찰 관계자 A : 담당 형사면 그 사람 젊었을 때 얘긴데…. 그 사건으로 특진까지 했다고]
[경찰 관계자 B : 2014년 12월 31일 자로 정년퇴직하셨어요. 저희도 마지막 퇴직할 때 주소는 기재가 안 돼 있어서….]
수소문 끝에 장 형사가 회장으로 있는 색소폰 동호회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색소폰 동호회원 : 원장 몇 번 보러 왔었지? 여기 요즘에는 안 오는데 나는 본지가 한 열흘 넘은 것 같아요.]
이웃 주민 역시 최근 들어 장 형사가 보이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이웃 상가 주민 : 옛날에는 자주 왔다 갔다 하셨는데 지금 뭐…. 얼굴 본 지 꽤 되어 가지고 저희도. 몇 주 된 거 같은데.]
혹시 장 형사의 배우자는 그의 행적을 알고 있을까.
끝내 만날 수 없었지만, CSI 팀은 취재 도중 뜻밖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웃 주민 : 그때 9시쯤에서 한 10시 사이일 거예요. 남자가 승용차 가지고 와가지고서는, 짐 잔뜩 싣고 나가는 거 봤는데. 옷, 냄비 이런 거. 야반도주하나 했지. (짐 싣고 간 건 언제쯤인가요?) 15일 정도 된 것 같은데? 보름 전에.]
보름 전쯤 급작스레 장 씨인 것으로 의심되는 남성이 자취를 감췄다는 건데 이춘재가 8차 사건을 자백해 논란이 된 바로 그 시점입니다.
취재진의 연락을 받지 않던 장 형사는 짐을 옮긴 남성이 본인이 맞느냐는 문자 질문에는 '도가 넘는다. 사생활에 심각한 침해가 없도록 해달라'는 날 선 대답을 보냈습니다.
화성 8차 사건으로 1계급 특진했던 다른 형사와 접촉을 시도해봤습니다.
[화성 8차 사건 담당 형사 : (맡으셨던 사건 관련해서 여쭤보려고 연락 드렸는데요.) 그거에 대해선 말할 생각 없어요.]
전화를 아예 꺼버렸습니다.
8차 사건 담당 형사들은 당시 '폭행도 가혹행위도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이춘재 자백이 신빙성이 있다고 보고 강압 수사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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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8차 사건으로 20년을 복역한 윤 씨는 당시 일을 어떻게 기억할까.
영장도 없는 임의동행이 악몽의 시작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윤 씨 : 밥을 딱 한 숟갈 뜨려 하는 찰나에 뭐가 딱 팔에 갖다 닿더라고…. (경찰들이) 잠깐 가자고 하더라고.]
연이은 구타에
[윤 씨 : (경찰이) 돌아가면서 때렸는데, 내가 넘어진 상태에서 치고 빠지고 치고 빠지고.]
가혹행위까지.
[윤 씨 : 눈꺼풀이 완전히 감겨 가지고, 눈 자체도 못 떴어. 입술은 입술대로 터졌고, 부르텄고.]
결국 자포자기 상태에서 허위자백했고 일사천리로 재판에 넘겨졌다는 게 윤 씨 주장입니다.
2심에서야 정신을 차리고 '고문에 의한 자백'임을 주장했지만 무기징역이 선고됐습니다.
[윤 씨 : 국선 변호인이 한 번쯤 와야 되는데 한 번도 얼굴을 못 봤어요. 접견을 내가 못 했어요, 1·2심에서]
윤 씨의 지인들을 만나 윤 씨 말을 얼마나 믿을 수 있는지 확인해봤습니다.
[(나 원장님 되시죠?) 네네. (저희 윤○○ 씨 관련된 일로 연락 드렸는데요.)]
당시 윤 씨 담당 교화위원은 윤 씨를 특별하게 기억했습니다.
[나호견/윤 씨 담당 교화위원 : 내 손을 잡고 그러는 거예요. 원장님, 이 세상에 모든 사람이 나를 살인자라고 해도 괜찮아요. 그런데 원장님 한 분만 내가 살인하지 않았다고 믿어주시면 소원이 없겠어요.]
청주 교도소를 찾아 관련 기록이 있는지도 확인해봤습니다.
[(안녕하세요, SBS 정다은 기자라고 하는데요. 혹시 당시 근무하셨던….)]
자료 보관 기한이 지나 윤 씨 관련 기록 대부분은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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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취재 상황을 종합해 보면 경찰의 폭행과 가혹행위로 허위자백을 했다는 윤 씨 주장과 그 주장의 일관성을 뒷받침하는 각종 증언으로 진범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도 당시 담당 형사들은 공개 반박은 커녕 언론접촉 자체를 피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사건의 또 다른 당사자인 검사와 변호사는 어떤 입장일까요? 30년 전 윤 씨를 구속하고 재판에 넘겼던 검사를 만나기 위해 부산을 찾았습니다.
[등기우편물 찾아가라는 안내서가 있는 거 보니까 없는 거 같은데.]
한참을 기다려 만난 최 전 검사는
[(출근을 안 해서 그렇지 있을 거예요. 잠깐만요, 여기 오시네. 최○○ 변호사님)]
윤 씨를 비교적 소상히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최 前 검사 : 다리 저니까. 성격적으로 아주 얌전했고 좀 불우한 면도 있고.]
과학 수사가 발달한 현재 시점에서 윤 씨가 100% 범인이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당시 수사 과정에서 별다른 의문점은 없었다고 말합니다.
[최 前 검사 : 자연스럽게 전부 다 자기가 시연을 했는데. '애 방으로 들어갔냐?' 이렇게 바로 물으면 '그게 아니고 이쪽으로 마당에 갔다' 마당에 범인이 왔다 갔다 한 발자국 형태가 있었거든. (이럴 가능성도 있는 거죠. 경찰이 마구 때려 가지고 말을 맞췄을 가능성이?) '그럴 가능성도 있는 거죠' 하는 거는 이제 나한테 물으면 가혹하지.]
판결문에 이름을 올린 변호사는 "윤 씨 국선변호인이 재판정에 나타나지 않아 대타로 출석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당시 국선변호인이 부실 변호한 것 같다고도 했습니다.
[윤 씨 2심 변호사 : 항소이유서에 (억울하다는) 얘기가 들어 있어야 되는데 그게 안 들어가 있는 것은 (변호사가 윤 씨) 접견을 안 했을 수도 있었겠다 싶은 생각이지.]
SBS는 화성 8차 사건 당시 고문을 가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장 형사 등의 당시 행적과 현재 상황을 아는 분들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영상취재 : 홍종수·설민환·김남성, 영상편집 : 소지혜, CG : 장성범·최지원·김규연, VJ : 이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