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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 영부인→대통령→이젠 부통령…'돌아온 여왕' 크리스티나

아르헨 영부인→대통령→이젠 부통령…'돌아온 여왕' 크리스티나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데 키르치네르(66) 전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2015년 12월 임기를 마친 후 후임자인 마우리시오 마크리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전임자가 취임식에 불참한 것은 1983년 아르헨티나 민주화 회복 이후 처음이었습니다.

앙금을 가득 안고 물러난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은 이번 대선 승리로 4년 만에 다시 대통령궁 '카사 로사다'(Casa Rosada·분홍색 집)로 돌아오게 됐습니다.

대통령이 아닌 부통령으로서이지만, 퇴임 이후 부패 혐의 등으로 위기를 맞았던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으로서는 극적인 귀환입니다.

로이터통신은 '역전의 여왕'이라는 표현으로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의 재기를 조명하며, "아르헨티나 정치에 큰 반전"이라고 전했습니다.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은 아르헨티나에선 '크리스티나'로 통합니다.

'에비타'로 불렸던 옛 영부인 에바 페론처럼 성이 아닌 이름으로 불렸습니다.

법학을 전공한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은 1974년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과 결혼한 뒤 함께 변호사로 활동하다가 산타크루스 지역에서 남편은 시장으로, 그는 시 의원으로 나란히 정치에 입문했습니다.

1995년엔 상원의원으로 선출됐습니다.

2003년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이 집권한 후 함께 대통령궁에 들어와 카리스마 넘치는 영부인 역할을 했습니다.

이어 4년 후 대선엔 직접 출마해 45.2%의 득표율로 승리하며 남편으로부터 바통을 넘겨받았습니다.

선거로 뽑힌 아르헨티나 첫 여성 대통령이었습니다.

아르헨티나 최초이자, 세계 최초 여성 대통령은 1974년 후안 도밍고 페론 전 대통령 사망 후 잔여 임기를 채운 그의 세 번째 부인 이 사벨 페론입니다.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의 당선은 '남편의 후광'으로 여겨졌지만, 이후 스스로 더 밝게 빛났습니다.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이 2010년 암으로 숨진 뒤 2011년 대선에서 연임에 도전한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은 전보다 높은 54.11%의 득표율로 압승했습니다.

집권 시절 연금 개혁을 통해 사적 연금을 공적 연금으로 일원화하고 석유회사를 다시 국유화했으며 공공요금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시장개입정책과 포퓰리즘 정책을 펼쳤습니다.

이러한 정책은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단단한 지지 기반을 만들었지만, 재계의 반발도 불러왔습니다.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은 아르헨티나 경기 침체와 부패 의혹 속에 결국 좌파 집권을 연장하지 못한 채 2015년 퇴장하게 됐습니다.

퇴임 후 뇌물수수 혐의, 폭탄테러 사건 은폐 혐의 등으로 잇따라 검찰 조사도 받았습니다.

씁쓸한 퇴장이었지만 '크리스티나'의 인기나 상징성은 컸기 때문에 4년 후에 다시 대권에 도전하리라는 전망이 제기됐습니다.

아르헨티나에선 대통령 연임은 한 차례로 제한되지만 중임엔 제한이 없습니다.

2017년엔 상원의원에 당선되며 정계에 복귀한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은 올해 대선을 앞두고 대통령이 아닌 부통령 후보로 나서서 모두를 놀라게 했습니다.

대선 과정에서도 중앙에 나서지 않았습니다.

자신보다 훨씬 중도적이고 온건한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후보를 내세운 선택은 주효했습니다.

포퓰리즘의 향수를 자극하면서도 중도층 역시 흡수했고 결국 4년 만에 다시 정권을 되찾았습니다.

건재를 과시한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은 향후 부통령으로서 새 정권에서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사진=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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