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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시위대, 국토 가로지르는 170㎞ 인간띠로 화합 과시

레바논 시위대, 국토 가로지르는 170㎞ 인간띠로 화합 과시
레바논에서 반정부 시위가 11일째 이어지는 가운데 시위 참여자들이 화합을 상징하기 위해 국토 전체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인간띠를 만들었습니다.

AFP통신에 따르면 시위자 수만 명이 북서부 트리폴리에서 수도 베이루트를 통과해 남부 티레를 잇는 장장 170km 길이의 인간띠를 만들었습니다.

시위 주최자 중 한 명인 줄리 테고 보우 나시프는 "인간띠를 만든 목적은 종파 갈등을 넘어선 레바논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며 "정치적 요구 대신 레바논 국기 아래 함께 손잡음으로써 화합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레바논에서는 지난 17일 정부가 왓츠앱 등 메신저 프로그램에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뒤 수도 베이루트에서 민생고 해결과 부패 청산, 내각 총사퇴를 요구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베이루트 해안에서는 시위에 참여한 남녀와 아이들 대부분이 레바논 국가를 부르며 손을 맞잡았고, 몇몇은 국기를 들고 있었다고 AFP는 전했습니다.

티레 시에서도 시위자들이 일렬로 서 대형 국기를 펼치는 모습이 현지 방송으로 전파됐습니다.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150%나 되는 국가부채, 높은 청년 실업률 등 누적된 경제 문제에 불만을 품은 레바논 시위자들은 '지배 계급'을 완전히 교체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고 AFP는 전했습니다.

대부분 군인 출신인 레바논의 정치 지도자들은 30년 동안 대체로 교체되지 않고 자리를 지켜왔습니다.

정부는 지난 21일 일련의 경제 개혁 조처를 발표했지만 정치권을 향한 시민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시위가 중단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은행들은 영업일 기준으로 8일째 운영을 중단한 상태입니다.

현지 금융 당국은 은행 영업을 재개하면 예금을 인출하려는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리며 이미 줄어들고 있는 외환 보유고가 고갈될 것을 우려, 시위가 안정될 때까지 영업 중단을 이어가겠다고 밝혔습니다.

레바논 당국은 달러화 현금의 대량 국외 이송을 금지하는 조처를 내리기도 했습니다.

경찰과 시위대 사이 긴장감이 유지되고 정부 지지자들이 '맞불 시위'를 벌이는 와중에도 시위 내내 비교적 큰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AFP는 전했습니다.

1975~1990년 내전 이후 태어난 젊은 세대가 주도하는 이번 시위를 일각에서는 '레바논 시민의식의 탄생'이라고 평가하고 있다고 AFP는 덧붙였습니다.

한편, 레바논은 이슬람교와 기독교 등 여러 종파가 어우러진 국가로 1975년부터 15년간 내전을 겪었습니다.

(사진=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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