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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게 학교 폭력 신고해도…돌아오는 건 보복·솜방망이 처벌뿐

어렵게 학교 폭력 신고해도…돌아오는 건 보복·솜방망이 처벌뿐
대전에서 최근 10대 청소년 학교 폭력이 잇따르고 있지만, 피해 학생들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경찰과 교육 당국의 너무나도 허술한 대응 때문입니다.

그 사이 용기를 내 부모와 함께 경찰에 신고를 한 학교 폭력 피해자는 두차례나 보복 폭행을 당했습니다.

학교는 가·피해 학생을 떼어 놓지 않고 솜방망이 처벌만 했습니다.

학부모는 분통을 터트렸습니다.

28일 대전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대전 지역에서 잇따라 중학생 집단 폭행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모 중학교 A군의 부모는 아들 또래 학생 4명을 지난 15일 경찰에 고소했습니다.

이들은 '전화를 받지 않는다'며 A군을 수시로 불러내 1년 가까이 폭행했습니다.

A군이 경찰에 신고한 사실이 알려지자 나흘 뒤에 가해 학생들과 어울려 다니는 다른 학생이 A군을 찾아와 또 때렸습니다.

경찰 신고 후 보복 폭행이 충분히 예상됐지만, 경찰과 교육 당국은 피해자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했습니다.

당시 수사팀은 신고 8일이 지나서야 학교전담경찰관(SPO)에게 관련 내용을 늑장 통보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뒤늦게 사건을 전달받은 SPO도 학교 측에 이런 내용을 알리지 않았습니다.

피해자에 대한 추가 보복 폭행은 27일 새벽에 또 발생했습니다.

교육청이 학교폭력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예고한 이튿날 보란 듯이 또 보복 폭행을 한 것입니다.

또 다른 학교 폭력 피해자인 B군의 부모는 최근에 아들이 자해를 시도하는 장면을 눈앞에서 목격했습니다.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수차례 맞은 수치감으로 극단적인 선택까지 하려했던 아들은 부모에게 폭행당한 사실을 털어놓았습니다.

부모는 곧바로 달려가 신고했지만, 학교는 가해 학생을 '5일 출석 정지'시키는 데 그쳤습니다.

우울증과 대인기피증까지 생긴 피해 학생은 이 때문에 5일이 지나면 가해자와 또다시 같은 공간에서 생활해야 합니다.

학교의 솜방망이 처벌을 받아들이지 못한 B군 부모는 재심을 청구했습니다.

피해 학생 측은 "가해자가 반성하지 않고 화해도 하지 않은 채 내려진 학교 징계를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같은 학년에 2개 학급밖에 없기 때문에 가해 학생을 전학 보내야 앞으로 더는 마주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잔인해지고 반복되는 학교 폭력 앞에 무기력한 교육 당국을 질타하는 목소리는 커지고 있습니다.

전교조 대전지부 관계자는 "학교측의 솜방망이 처벌이 피해학생과 가족을 더 멍들게 하고 있다"며 "교육청은 말 잔치만 벌일 게 아니고 피해자를 적극 보호하고 학교 폭력을 예방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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