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영화학그룹 명예회장 생가 소유권 소송 '엎치락뒤치락'

삼영화학그룹 창업주 이종환(96) 명예회장의 생가 소유권을 두고 경남 의령군과 재단법인 관정이종환교육재단(이하 관정재단)이 5년 가까이 끈 법적 분쟁이 반전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부산고법 창원재판부 민사1부(강경구 부장판사)는 의령군이 "생가 소유권을 넘겨받지 못해 발생한 손해를 배상하라"며 관정재단을 상대로 낸 소송의 항소심에서 의령군이 패소한 원심을 뒤집고 승소 판결했다고 27일 밝혔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의령군이 요구한 32억 6천만 원 전액을 관정재단이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이종환 명예회장은 사재 8천억원을 출연해 국내 최대 장학재단을 설립한 인물입니다.

문제가 된 생가는 그의 고향인 의령군 용덕면 정동리에 있는 옛집을 전통 사대부 가옥 형태로 복원한 것입니다.

의령군은 2011년 8월 관정재단과 맺은 '관정 생가 조성사업이 끝나면 소유권을 무상으로 의령군에 기부채납 및 이전한다'는 업무협약을 근거로 생가가 완성되자 소유권을 주장했습니다.

의령군은 당시 농림지역이던 부지 용도까지 바꿔 생가 조성을 도왔습니다.

그러나 관정재단은 2012년 말 생가를 다 지었는데도 기부채납을 하지 않았습니다.

의령군은 2011년 양측 협약을 근거로 "생가 소유권을 넘기라"며 2015년 3월 관정재단을 상대로 '관정 생가 소유권 이전 등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소송은 파기환송심까지 포함해 다섯번의 재판을 거치며 엎치락뒤치락했습니다.

대법원은 2017년 2월 생가 소유권이 의령군에 있다고 최종 확인했습니다.

그런데도 관정재단이 소유권을 넘기지 않았습니다.

결국 의령군은 2017년 10월 생가 부동산 시가에 해당하는 32억 6천만 원을 배상하라는 손해배상 소송을 관정재단에 냈습니다.

법정 다툼은 2라운드로 접어들었습니다.

의령군이 소유권 이전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는데도 생가를 넘겨받지 못한 표면적인 이유는 토지 소유권이 관정재단이 아니라 이종환 명예회장 아들에게 있기 때문입니다.

의령군은 관정재단이 생가 소유주가 아니더라도 소유권을 넘겨야 할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만큼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의령군의 독촉에도 관정재단은 소유권 이전은 권한 밖의 일이라며 버텼습니다.

원심은 "관정재단이 생가 소유권을 이전하지 않은 점은 인정되지만, 고의나 과실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습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원심판결을 뒤집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우선 관정재단이 이종환 명예회장 아들로부터 토지 소유권을 이전받아 의령군에 넘겨줬을 때 비로소 양측이 2011년 맺은 협약 이행이 완성된다고 봤습니다.

관정재단이 이 명예회장 아들로부터 토지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다면 의령군이 생가를 지을 수 있도록 토지 용도변경을 해주는 등 협약을 이행할 까닭이 없다고 항소심 재판부는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관정재단이 생가 완공이라는 결과를 고스란히 자신의 이익으로 향유했음에도 소유권 이전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법적 다툼을 5년 가까이 끌면서 이종환 생가 소유권을 이전받아 문화·관광시설로 활용하겠다는 의령군 계획에도 장기간 차질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