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수출 부진에 따라 한국의 수출상품에서 정보기술(IT)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7년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전체 수출상품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중화학은 회복세를 보였고 경공업은 비중이 점차 확대되며 22년만에 20%대 진입을 눈앞에 뒀다.
27일 한국무역협회 한국의 수출상품 구조 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1∼9월 IT제품의 수출액은 907억5천600만달러(약 106조6천억원)로 집계됐다.
IT제품이 한국의 전체 수출상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2.3%로, 2012년 21.8%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이 통계는 한국의 수출상품을 1차산품, 경공업, 중화학, IT제품 등 크게 4가지로 분류한다.
1차산품은 전혀 가공되지 않은 원료 형태의 생산품으로 쌀, 밀 등 농산물과 원유, 구리, 주석 등 광산물 등이 여기에 속한다.
경공업은 섬유, 잡화, 식품 공업 등 소비재 생산의 공업, 중공업은 철강, 기계, 조선, 자동차처럼 무거운 물건을 만드는 대규모 공업을 말한다.
IT제품은 첨단 기술력을 필요로하는 제품으로 반도체, 디스플레이, 무선통신기기 등이 포함된다.
올해 한국 수출상품 구조를 유형별로 보면 중화학 비중이 56.0%로 가장 컸고 IT제품 22.3%, 경공업 19.6%, 1차산품 2.1% 순이었다.
IT제품은 벤처 붐이 일었던 2000년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30%를 돌파한 32.0%를 기록했으나 2003년 30.7%를 마지막으로 현재까지 20%대를 유지하고 있다.
2012년 21.8%까지 떨어졌던 IT제품 점유율은 지난해 반도체 수출이 총 1천267억달러로 단일 품목 사상 세계 최초로 연간 수출액 1천억달러를 돌파한 데 힘입어 26.5%로 올랐다.
하지만 미중 무역분쟁, 반도체 단가 하락 등으로 올해 관련 제품 수출이 부진하면서 IT제품의 점유율은 다시 7년 전 수준으로 내려갔다.
경공업 수출은 2011년 6.2%까지 줄었다가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2012년 두 자릿수인 10.3%로 확대됐고 꾸준히 증가해 올해는 2011년의 3배 수준인 19.6%까지 늘어나며 1997년 이후 22년 만에 20%대 진입을 앞두고 있다.
경제 성장 초기 한국 수출을 이끌었으나 조선, 자동차, 반도체 등에 자리를 내줬던 소비재 산업이 고부가가치 전략과 한류 열풍을 타고 신성장 유망품목으로 떠오른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국내 산업의 중추 역할을 하는 중공업은 2011년 68.9%까지 비중이 커졌다가 조선 등 주력 업종의 부진으로 지난해 52.8%까지 떨어졌지만, 올해 56.0%로 회복세를 보였다.
내년에도 통상환경의 불확실성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와 업계는 첨단기술 품목의 수출 활력을 되살리기 위한 여러 노력을 펴고 있다.
삼성은 지난 4월 메모리반도체 편중 구조에서 벗어나고자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사업에 133조원을 투자하겠다는 '반도체 비전 2030'을 내놓았고, 정부도 인력양성과 연구개발(R&D) 등 인프라 지원으로 이를 뒷받침하기로 했다.
내년에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업황이 개선되면서 수출에서도 올해보다 나은 성과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투자업계는 올해 4분기 반도체 업황이 '저점'을 통과한 뒤 내년 상반기에 들어서야 회복세에 접어들 것으로 관측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향후 수출과 투자의 부진을 벗어나는 관건은 반도체"라며 "반도체 초과 공급이 해소될 것으로 전망되는 내년 상반기에 글로벌 반도체 경기 개선 흐름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