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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하자마자 닥친 생활고…정년 연장 앞 다른 시선

<앵커>

지금 예순 살로 돼 있는 정년을 더 늘리는 문제, 정부가 본격적으로 논의를 해보자고 팔을 걷어붙인 상태입니다. 노후 준비 안 된 사람들이 많아서 이거 해야 된다, 아니다 젊은 사람들 일자리 줄어들고 부작용이 클 거다, 논란이 적지 않습니다.

고철종 기자가 다양한 계층의 다양한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기자>

버스 회사에서 퇴직한 김상겸 씨는 연금만으로는 생활비에 턱없이 모자라 재취업을 위해 학원에 다닙니다.

[김상겸 (65세) : 애들한테 손 안 벌리고, 내 용돈 내가 벌어서 쓰고, 우리 가정생활을 유지하려고 하면 최소한 한 150 정도 내지 200 정도는 더 벌어야 된다.]

공기업 직원인 정연문 씨는 아직 퇴직 전이지만 임금피크 기간 단축 근무를 이용해 목공 일을 배우고 있습니다.

[정연문 (59세) : 일단 제가 애들이 아직 어려서요. 앞으로 경제활동을 더 해야 돼요. 그게 제일 크고요. 그리고 너무 많이 남았잖아요. 퇴직 하고서.]

이렇게 기술을 익히면 퇴직자의 재취업이 쉬울까.

외국계 기업에서 퇴직한 정기윤 씨는 탁월한 어학 실력에다 배관, 지게차, 용접 같은 11개 자격증까지 보탰지만 현실은 척박했습니다.

[정기윤 (47세) : 딱 나와 보면 절박한 심정으로 내가 지금 돈이 뭐, 떨어져 가고 하다 보면 일용직 나가게 되고. '아, 나는 이런 자격증도 있어'라고 얘기를 해도 들어주지 않습니다.]

자영업은 어떨까.

요즘 중고 주방용품 매장은 폐업 가게의 물건들로 넘쳐납니다.

중고 매물이 많은 건 좋지만 퇴직금을 털어 마련했다는 가게에서 물건을 내올 때는 마음이 아프다고 중고용품 사장은 말합니다.

[박제원/중고 주방용품업체 사장 : 남자들은 이제 좀 이제 대담하게 털어버리는데 여자들이 좀 안쓰럽고, 울고·우는 사람들도 있고.]

좋은 직장의 정년을 연장하면 대부분 해결될 문제지만 연차에 따라 무조건 임금이 올라가는 연공제 때문에 기업부담이 큽니다.

[최영기/전 노동연구원장 : 연공주의 때문에 조기 퇴직 압력이 있고, 임금에 대한 어떤 부담이 크기 때문에 장기 고용을 오히려 꺼리게 됩니다.]

이런 문제의 개선 없이 2016년 시작한 60세 정년 의무화는 오히려 조기 퇴직을 늘렸습니다.

신규채용 감소를 우려한 청년들의 반발도 문제입니다.

[김나현/취업준비생 : 건강하고 조금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신체적 여력이 되는 제가 일을 하는 게, 엄마·아빠가 일을 하는 것보다 훨씬 낫지 않을까.]

정년 연장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우선 연공제 대신, 하는 일에 따라 임금을 정하는 직무제 도입을 확대해 신입과 고령자의 임금격차를 줄여야 합니다.

이렇게 줄인 인건비로 기업들은 청년 고용을 늘리고 고용 확대 기업에 대해 정부가 세제 감면 같은 혜택을 부여할 때 건강한 일자리 생태계가 만들어질 것입니다.

(VJ : 안민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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