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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신당한' 쿠르드, 또 이용당하나…트럼프 "유전지대로 향할 때"

'배신당한' 쿠르드, 또 이용당하나…트럼프 "유전지대로 향할 때"
▲ 철수하는 미군 차량 향해 감자 던지는 쿠르드인들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 북동부에 분포하는 쿠르드 세력을 동부 유전지대로 이동시키겠다는 아이디어를 불쑥 꺼내 들었습니다.

대규모 종족 이주를 유도하려 한다는 의심을 불러일으키면서 '동맹 배신'에 이어 인위적 '인구 지도' 개편 우려까지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 계정을 통해 어제(24일) '시리아민주군'의 마즐룸 압디 사령관과 전화 통화를 했다며 이런 구상을 공개했습니다.

쿠르드 민병대 '인민수비대'를 주축으로 꾸려진 시리아민주군은 미군 주도 국제동맹군을 도와 수니파 극단주의조직 '이슬람국가'(IS) 격퇴전에서 지상군 부대 역할을 했습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에 대한 터키군의 공격을 용인하고, 시리아 북동부에서 미군을 철수시켜 동맹을 내팽개쳤다는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압디 사령관은 우리가 한 일에 감사했고, 나는 쿠르드가 한 일에 감사했다"면서 "아마도 쿠르드인들이 석유 지대로 향할 때인 것 같다"고 썼습니다.

이 트윗은 미국이 시리아 동부 유전지대 데이르에즈조르주에 병력과 군 장비 등 미군 자원이 추가로 배치될 것이라는 미국 언론의 보도 이후 몇 시간 만에 나왔습니다.

앞서 지난 21일 트럼프 대통령은 "석유를 지키는 것 말고는 병력을 주둔할 이유가 없다"면서 "요르단과 이스라엘에 가까운, 완전히 다른 시리아 지역과 조금 다른 지역에 미군이 머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당시 미국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과 국방부 당국자 등의 발언을 근거로 시리아 주둔 미군 1천 명 가운데 700명 이상이 철수하고 시리아, 이라크, 요르단 국경이 만나는 곳에 200∼300명이 남을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그러나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과 미국 국방부 당국자의 발표에 따르면 미국은 데이르에즈조르에 전력을 대폭 보강할 계획인 것으로 보입니다.

미 국방부는 데이르에즈조르에 처음으로 탱크를 배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미 CNN 방송이 국방부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이러한 계획은 미국의 시리아 정책 목표가 IS 격퇴와 이란 패권주의 견제에서 유전 보호로 전환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고 외신은 분석했습니다.

이를 고려하면 '쿠르드인들이 유전으로 향할 때'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은 쿠르드 세력이 현재의 거점인 시리아 북동부에서 동부로 이동해 미군과 함께 유전을 지키라는 의미처럼 보입니다.

쿠르드를 터키군에게 먹잇감으로 던졌다는 비판을 받고도 또다시 쿠르드 세력을 유전 보호에 동원하려 한다는 비판이 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전 IS 격퇴 국제동맹군 담당 대사 브렛 맥거크는 트위터에 "미국 대통령이 협소한 유전 지역으로 쿠르드인의 대량 이주를 종용하는 것 같다"고 적었습니다.

현재 쿠르드인이 주로 거주하는 시리아 북동부 국경지역은 농지와 용수가 풍부한 농업지역인 데 비해 동부 데이르에즈조르는 사막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이 단순히 시리아민주군의 이전 배치를 뜻하는 것인지, 아니면 쿠르드 종족의 대량 이주를 말하는 것인지는 불확실합니다.

그러나 터키가 이번 군사작전으로 장악한 시리아 북부에 아랍 난민을 대거 이주시키려는 계획과 맞물리면 이 일대 인구지형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국제사회의 시리아 구호 전문가들은 군사적 위협에 따른 인구 분포 변화는 그렇지 않아도 복잡한 전선을 더욱 악화해 시리아를 무한한 수렁으로 밀어 넣을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얀 에옐란 노르웨이난민위원회 위원장은 급조된 폭발물 같은 거래의 결과로 대규모 난민을 형성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시리아에 있는 군사 세력 모두에게 이 땅은 체스판이 아니라는 것을 상기시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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