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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우크라 의혹' 갈등 고조…공화당 실력저지로 탄핵조사 파행

23일(현지시간) 물리적 저지나 충돌을 보기 힘든 미국 의회에 진풍경이 벌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정면으로 겨냥한 '우크라이나 의혹' 탄핵 조사의 비공개 증언에서 불리한 진술이 쏟아지자 참다못한 공화당 의원들이 떼로 몰려가 회의장을 점거해 회의가 5시간 가량 파행하는 일이 빚어진 것이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하원의 탄핵 조사가 본격화하면서 공화당과 민주당의 대치도 가팔라지는 양상이다.

CNN방송과 인터넷 매체 버즈피드 등 미언론에 따르면 25명가량의 공화당 하원 의원은 이날 오전 9시 45분께 하원의 3개 관련 상임위가 로라 쿠퍼 국방부 부차관보에 대한 비공개 증언을 진행하던 회의실을 급습했다.

CNN은 맷 개츠 공화당 하원 의원이 이번 실력행사를 주도했으며, 스티브 스칼리스 공화당 하원 원내총무도 참여했다고 보도했다.

회의실로 진입하기 위해 회의장 앞을 지키고 있던 보안 요원들에게 입장을 요구하며 고함을 질렀다는 전언도 나왔다.

이들은 서로 다른 3개의 문을 통해 지하층에 있는 회의실로 진입한 뒤 벽을 따라 줄지어 서거나 의자에 앉아 비공개회의를 볼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인터넷 매체 버즈피드는 이들 중 절반가량은 관련 상임위에 속해 있어 회의 참석이 가능한 의원들이었다고 지적했다.

공화당 의원이 탄핵 조사를 주도하는 민주당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을 향해 고함을 지르자, 민주당 의원들도 지지 않고 "아이들에게 거짓말하고 훔치는 것이 괜찮다고 가르치려는 것이냐", "오늘 할 일이 없냐"고 맞받아치면서 회의장은 고성이 오가는 속에 혼돈 상태가 됐다.

공화당 의원들이 회의장 퇴장 요구에 응하지 않자 결국 시프 정보위원장은 얼마 후 "증언을 무기한 연기한다"고 말한 뒤 회의실을 떠났다.

한 공화당 의원은 "가지 마라"고 소리쳤고, 또 다른 의원은 "그는 우리에게 말을 걸 배짱이 없다"고 비꼬기도 했다.

공화당 의원들은 이날 기밀정보를 다루는 비공개 증언 때 보안 우려 때문에 회의실 반입 금지 품목인 휴대전화 등 전자제품까지 소지했다가 뒤늦게 이를 수거해 회의실 밖으로 옮기는 일도 벌어졌다.

또 연좌 농성을 위해 17판의 피자를, 현장에 있던 기자단을 위해 추가로 15개의 파이를 주문했다고 한다.

한 의원은 치킨 요리 전문점의 음식이 가득 담긴 봉투를 들고 오기도 했다.

점거 농성에 참여한 다수 의원이 하원 표결을 위해 오후 2시15분께 회의장을 떴고, 남은 일부 의원들도 오후 3시께 모두 철수했다.

회의는 이들이 점거를 푼 뒤 재개됐다.

개츠 의원은 이같은 물리적 저지를 계속할 것이냐는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우리는 투명성을 계속 주창해 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최선의 방어는 조사 자체를 서커스처럼 보이게 만드는 것일지도 모른다"며 "다행히도 공화당은 공급할 많은 광대를 갖고 있다"고 비꼬았다.

공화당의 실력저지는 윌리엄 테일러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대사 대행이 우크라이나 외압 행사를 위해 미 정부가 원조를 보류했다는 폭탄 증언을 해 여권이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각료회의 때 "공화당이 좀 더 거칠어지고 싸워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22일 백악관에서 30명가량의 공화당 하원 의원들과 약 2시간30분 간 회의를 하면서 회의실 급습 계획을 공유했으며, 이런 행동에 지지를 표시했다고 보도했다.

공화당의 반발은 표면상 민주당의 탄핵 조사 방식에 대한 불만 때문이다.

비공개 증언에 참석할 대상을 관련 3개 상임위로 한정한 데다 증언 내용도 공개하지 않고 밀실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여권에 불리한 증언이 언론에 속속 보도되는 것은 민주당의 언론 플레이 때문이라는 불신이 팽배하다.

하지만 공화당이 조사 절차에 불만을 표출하는 것은 '우크라이나 의혹'의 내용을 직접 문제 삼을 수 없다는 한계에 기인한 것이기라는 분석도 있다.

더힐은 공화당이 이번 의혹을 제기한 내부고발자의 신원은 물론 하원의 비공개 조사를 제대로 알지 못해 내용을 문제 삼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우크라이나 의혹을 일방적으로 부정하는 식으로 대응했다가 이와 배치되는 새로운 증언이나 증거나 나올 경우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인 셈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지금은 탄핵 조사의 초기 단계여서 증인들이 서로 말을 맞추는 것을 피하기 위해 비공개로 진행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또 이 단계가 지나면 녹취록을 배포하고 공개 청문회를 열겠다고 반박하고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윗을 통해 "'트럼프 결사반대' 공화당원은 비록 호흡기를 낀 채 그리 많이 남아 있지 않지만, 어떤 면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민주당원'보다 더 나쁘고 위험하다"며 이들을 '인간 쓰레기'(human scum)라고 맹비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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