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바다로 간 지 한 달 만에 죽어 돌아온 바다거북

이용식 기자 yslee@sbs.co.kr

작성 2019.10.25 09:16 수정 2019.10.25 09:26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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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통영 바닷가에서 지난 7월 29일 바다거북 한 마리가 죽은 채 발견됐다.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매부리바다거북'이다. 주둥이가 매의 부리처럼 뾰족하게 생겼다. 이 거북은 수족관에서 전시용으로 살다가 한 달 전인 6월에 전남 여수 먼바다에 방류됐다. 발견 당시 거북목에는 밧줄이 감겨 있었고 다른 외상은 없었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은 매부리바다거북이 왜 죽었는지 밝히기 위해 국립생태원에 부검을 맡겼다. 밧줄이 목을 졸라 익사했는지, 아니면 다른 원인이 있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관련 사진거북이 장 속에서는 수도꼭지 연결용 고무관 일부가 나왔다. 겉면에는 제조 국가가 한국임을 알리는 글자가 씌어있었다. 잘린 고무관 안에는 여러 조각의 플라스틱도 발견됐다. 거북이 몸 안에서는 이뿐 아니라 알약이 든 작은 플라스틱 포장재도 나왔다. 부검을 한 이혜림 국립생태원 연구원(수의사)은 폐비닐이나 플라스틱을 과도하게 많이 먹을 경우 장이 막히는 장폐색증이 생겨 거북이 죽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장이 뚫려 복막염을 일으킬 수 있다고도 했다.관련 사진앞서 지난해 8월 29일 제주도 중문해수욕장에서 방류된 붉은바다거북 한 마리도 불과 11일 뒤 부산 기장군 해안에서 죽은 채 발견됐다. 거북이 장 속에서 많은 양의 비닐과 플라스틱 쓰레기가 나왔다. 바다에 떠다니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거북에게 먹이로 비쳐진 것이다. 이 붉은바다거북도 수족관을 떠나 자연으로 돌아갔지만, 바닷속은 안전하지 못했다. 먹이인 줄 알고 섭취한 게 플라스틱 조각들이었고 불과 11일 만에 바다에 적응하지 못한 채 폐사했다.
관련 사진우리나라 주변 동해와 남해, 서해에서는 연간 평균 20여 마리의 바다거북 폐사체가 발견된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은 지난해부터 국립생태원에 의뢰해 바다거북 폐사체를 부검하고 있다. 죽음의 원인을 밝히는 게 목적이고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바다거북의 장내 유기물 분석 필요도 있다. 기생충과 먹이원, 해양 쓰레기 및 미생물 시료를 확보해 연구활동에 쓰기 위함이다.관련 사진2년간 부검을 한 바다거북은 42마리다. 이 가운데 절반가량인 20마리에서 플라스틱 쓰레기가 발견됐고, 8마리는 플라스틱 쓰레기 섭취가 직접 사인으로 밝혀졌다.관련 사진해양수산부는 5년에 한 번씩 해양 쓰레기 관리 기본 계획을 세우면서 해양 쓰레기 조사를 한다. 2018년 기준 발생량은 14만 5천 톤이다. 이 가운데 풀과 나무가 6만 톤을 차지하고 나머지 8만 5천 톤 중 플라스틱 쓰레기는 84%에 이른다. 나머지는 유리병, 금속, 스티로폼 등이다. 해양 쓰레기는 어민이나 피서객 등이 바다에 버린 것이 많고 육지에 있다가 호우 때 강을 통해 흘러든 것들이다. 지난해 수거한 해양 쓰레기는 9만 6천 톤이다. 발생량의 66%가량이다. 나머지는 바다와 해안가, 섬 지역을 떠돌고 있다.관련 사진쓰레기 수거는 정부와 지자체가 나눠서 한다. 정부는 고기잡이배가 드나드는 전국의 어항 111곳과 석탄, 원유 등 화물이 들고나는 항만 60곳의 쓰레기를 치운다. 지방자치단체는 해안가, 연안, 해수욕장에 방치된 쓰레기를 맡는다.

해수부는 지난 5월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저감 대책을 발표했다. 우선 2022년까지 30% 감축이 목표다. 2030년까지는 50%를 줄이기로 했다. 어민들이 고기잡이에 쓰는 어구를 함부로 버리지 못하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환경부가 소주나 맥주병에 적용 하고있는 빈병 보증금제를 폐어구에 도입하기로 하고 용역 연구를 추진 중이다. 어구 실명제 도입도 검토 중이다. 또 섬 지역 쓰레기 수거를 위해 전용 선박 6척을 건조하기로 했다. 쓰레기 수거 선박은 22년쯤 현장에 투입될 예정이다.관련 사진바다를 망가뜨리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해양 생물만 위협하는 게 아니다. 오랜 세월 바닷물에 분해된 미세플라스틱은 해산물을 통해 결국 인간의 몸속으로 들어와 생명을 해치게 된다. 바다의 안전을 지키는 데는 정부의 노력만으론 부족하다. 시민들의 자발적 동참이 필요하다. 폐플라스틱과 폐비닐 위해성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함부로 버리지 말아야 한다. 분리 배출하거나 되가져와야한다. 그게 바다거북의 억울한 죽음을 막고, 해양 생태계와 인간을 지키는 일이다.